“쌍특검법, 일주일 내외 준비되는대로 이송…국민 눈높이 맞는 결정 해줬으면”
“先선거제 확정-後선거구 획정…획정 기한은 선거 6개월 전으로 현실화” 제안
“최고 정치개혁은 개헌, 개헌안에 인구대책 넣어야”…총선 불출마 의사도 밝혀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박경준 한주홍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여야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는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어느 한쪽이 100% 만족은 못 하겠지만 70∼80%는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여야 대표에게 간곡히 부탁해 이태원특별법은 이견이 많이 좁혀졌고 한두 가지 의견 차이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왜 합의 처리를 원하겠느냐. 과거 세월호 특별법을 보면 합의 처리가 되지 않으면 법안만 있지, 실제로는 되지 않는다는 경험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이태원특별법은 꼭 합의 처리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등 ‘쌍특검’ 법안의 정부 이송 시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실무적으로 준비되면 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특검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불참한 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통과됐으며,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정부에 이송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장은 “이 안건은 특별히 빨리 (이송)해야할 이유가 없고, 그렇다고 늦춰가며 할 이유도 없어 관행에 따라 일주일 내외로 실무적 준비가 되면 이송하려 한다”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의장인 내가 어떠한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렇게 어려운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은 늘 옳은 판단을 해왔다는 게 내 경험”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쌍특검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읽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가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고, 증오하고, 배제하려고 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라며 “그래서 선거제 개편이 중요하다. 여야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올해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상황과 관련해 “반복되는 선거구 획정 제도의 파행은 국민의 참정권과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선거구 획정 기한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선거일 전 6개월’로 현실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선거제도를 그보다 먼저 정하도록 못 박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미 시행 중인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르도록 법으로 확정하자”고 했다.
총선 선거제도를 먼저 정한 뒤에 선거구를 획정하고 선거구 획정 기한은 선거 6개월 전으로 늦추면서 강제성을 더 띠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을 예사롭지 않게 위반하는 폐단을, 여러 현실을 고려한 상황에서 개선해 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을 문제의식 없이 넘긴 뒤 여전히 당리당략적 셈법 속에 협상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서도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해 예결산 심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민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결산안 제출 시기를 앞당기고, 예산안 편성 초기부터 단계마다 국회 보고 과정을 보완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과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제도와 관련해서는 “공직 후보자의 직무 역량과 도덕성 검증을 분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여야 간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입장이 번복된다. 그렇다면 다음 정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32건의 인사청문 요청이 있었는데 그중 25%인 8건만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는데 한 사람도 낙오된 사람 없이 다 임명됐다”며 “그렇다면 청문제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가장 심각한 국가적 위기는 ‘인구 절벽’이라며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한 개헌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만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번 국회에서도 개헌 기회를 놓친 듯 보이지만 그래도 개헌은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정치개혁”이라며 “남은 기간에 개헌절차법은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위한 상설특위를 설치해 국회의원 임기와 무관하게 개헌 논의가 단절되지 않게 하고, 국민참여회의를 구성해 공론 제도 기반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인구감소의 문제는 당장 병력 감소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을 과학군, 기술군 체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 엘리트 군인 육성 프로그램인 ‘탈피오트’를 언급하며 “우리도 이를 본받아 국방부와 카이스트가 결합해, 전국의 고교졸업자 중 우수 인재를 국방과학기술 인재로 키우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올해는 4년 만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국민의 손으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주길 희망한다”며 “나는 2024년을 ‘늘어진 거문고의 끈을 다시 조인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굳은 각오로 한국 사회의 과감한 변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5월이면 국회의장 임기가 종료됨과 동시에 저의 20년 정치 여정도 마무리한다”며 22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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