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건 논문 표절 의혹 하버드대 흑인 최초, 여성 두번째 총장 5개월만 사임

클라우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2023년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의사당에서 진행된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클라우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총장은 2일(현지시간) 논문 표절에 대한 새로운 의혹 제기에 직면해 사퇴를 발표했다.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 대학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용인했다는 비판과 관련한 연방하원의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된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게이 총장은 이날 학생과 교직원에 보낸 서한에서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힘과 지원의 원천이 돼야 할 신뢰와 상호 유대가 약화하는 등 최근 수개월 동안 우리 커뮤니티를 가른 긴장과 분열을 목격하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웠다”며 “이 모든 와중에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정성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 즉 나의 존재 근간이 되는 두가지 가치에 대한 의심이 고통스러웠고, 인종적 적의에 기반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게이 총장은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지난해 7월 흑인 최초, 여성 두번째로 하버드대 총장에 취임했지만 1636년 개교 이후 최단기인 5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2023년 1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인근에 ‘클라우딘 게이는 국가적 수치’라는 전광판을 설치한 트럭이 정차돼 있다./AFP·연합뉴스

게이 총장은 지난달부터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아왔지만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2편에서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이 발견됐다면서도 ‘문제가 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게이 총장을 옹호했다.

그러나 게이 총장은 지난 수주 동안 자신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을 주도해 온 보수 성향 온라인 저널 ‘워싱턴 프리 비컨(Free Beacon)’이 전날 6건의 새로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저널에 따르면 게이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은 50건에 육박한다.

게이 총장의 사임은 논문 표절 의혹 때문이지만 이를 촉발한 것은 하버드대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5일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유대인 학살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징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대인 학살 촉구가 하버드대 행동 규칙을 위반했는지는 문맥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해 많은 반발을 샀다.

같은 질문에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결정’이라고 답한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은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발언 나흘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