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릭터 브랜드 상표권을 무단 선점해 카피제품을 판매한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에 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중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작권 문제에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이 ‘못난이삼형제’ 캐릭터로 유명해진 케이(K)-캐릭터 브랜드 오롤리데이 운영사 롤리조쓰컴퍼니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관련 1심 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중국 업체들이 100만위안(약 1억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중국 법원은 중국업체가 도안을 독립적으로 창작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표·저작권 등록을 해, 해당 저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 복제권, 발행권, 정보 네트워크 전파권 및 보수를 받을 권리들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행위와 부정당경쟁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지방)성급 이상의 신문 지면을 통해 공개 사과하라”고 밝혔다.
앞서 롤리조쓰컴퍼니는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다 2021년 중국 대련 및 청도에 소재한 업체 4곳이 2020년 12월부터 오롤리데이 상표권 31개를 비롯해 10건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선점해 판매해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국내 특허청 및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함께 현지 법률검토 등을 한 뒤 저작권 10개에 대한 민사소송과 더불어 중국 업체의 31건 무단선점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진행해 승소했다.
중국 상표법이 강화되며 국내 기업의 승소 사례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 배상 금액이 턱없이 적었던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동숙 리팡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장은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많이 승소했지만, 지금까지 배상금이 작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신후(37) 오롤리데이 대표는 “3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면서 3억원 이상 썼기 때문에 이번 배상금이 지금까지 피해본 걸 다 배상받을 만큼 충분하지 않지만, 1심에서 이겼다는 건 큰 의미이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업체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중국법원에서는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씨제이(CJ)제일제당의 다시다 등 총 7건 가운데 5건에 대해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패소한 중국 업체들은 한국 기업 4곳에 각 평균 5천만원 정도의 배상액만 지급하면 돼 실질적인 피해 보상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겨레 윤연정 기자 /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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