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첫날부터 일본 이시카와현을 덮친 규모 7.6의 강진 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이 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이번 지진이 미국에 의한 인공지진이라는 음모론이 크게 확산되면서 일본 내 반미감정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전 노린 美 인공지진?…음모론·가짜뉴스 확산
2일(현지시간) NHK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이번 지진과 관련한 각종 음모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진 이후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이번 강진이 ‘미국이 일으킨 인공지진’이라는 음모론이 유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음모론은 인공 지진, 허리케인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미군의 비밀무기 ‘HAARP’가 있는데, 일본 원전 폭발을 노리고 미군이 이를 사용했으며, 이로인해 이번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이며, NHK 등 공영방송의 지진 발생 직후 속보, 대피 안내 등이 ‘마치 준비된 듯’ 진행됐다는 것이 그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과거 재해 동영상을 이용한 가짜뉴스도 확산됐다. X에서는 ‘현재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 상황’이라며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어오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동일본대지진 쓰나미 영상으로 판명됐다. NHK는 “가짜 쓰나미 영상 중에는 조회 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한 것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갇혀있으니 도와달라…조회수 위한 거짓 구조요청 확산
“이시카와현 나나오시 주민입니다. 지진으로 방 문고리가 부서져 갇혔습니다.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진이 발생한 1일부터 X(옛 트위터)에는 ‘구조요청’, SOS’ ,’확산희망’이라는 해시태그로 구조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재해 지역의 신고, 생사 확인 연락 등이 몰리면서 소방서에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SNS를 통해 이를 알린다는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이를 공유하고, 소방서에 대신 연락을 취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구조 요청도 있었으나,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도 동반 확산하면서 주민과 소방 당국의 혼란은 가중된 상황이다. NHK는 이번 강진과 관련해 X(옛 트위터)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거짓 구조 요청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진으로 집이 붕괴해 방에 갇혔다는 게시글의 경우, ‘문고리가 고장 났을 때 문 여는 법’ 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진을 도용해 올린 글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처럼 현지 상황과 무관한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가짜 주소로 구조 요청 게시글을 올리는 사례가 많았다. SNS 조회수를 높여 광고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심지어 “집이 무너져 앞으로 살아갈 수 없다. 나를 위한 지원금을 보내달라”며 이재민을 가장해 본인 계좌로 모금을 호소하는 계정도 나왔다.
X 게시글 제한에 일론 머스크 향한 비판도
X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진과 관련, 일론 머스크 X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X의 API 제한 정책으로 유료 계정이 아니면 게시글 업로드나 열람이 제한되기 때문에, 재해지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일 방재애플리케이션 NERV는 공식 계정이 API 제한을 받아 지진 관련 속보 게시가 어렵다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다만 X는 이 소식을 접하고 이후 이 계정을 공익을 위한 계정으로 분류, 제한을 푸는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전국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상황은 악화되는 중이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비 소식까지 예고되면서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에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NHK는 “지진이나 화재 원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를 퍼뜨리는 게시글이 많다”며 “재해지에서 정보 혼선이 일어나 구조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감정을 흔들만한 동영상이나 정보를 접해도 출처를 확인하는 등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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