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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기획] 한국 ‘AX’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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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 시스템 등을 디지털전환(DX)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세계 최첨단(기술·기업)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다. DX 다음은 AI 전환(AX)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자국에서 진행한 실적발표회에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산업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DX를 AI로 한층 더 고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손 회장은 “인간 진화의 원천은 사물을 추론하는 힘”이라면서 “추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능을 AI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앞으로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이 활성화하면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30년 안에 인간이 직접 분석하기 어려운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 회장의 예상처럼 AI는 세계 각국의 산업 생태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은 물론 금융, 유통, 자동차, 건설 등 산업 대부분에서 사람을 대체하면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요 기업은 첨단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AX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AI가 가진 잠재적 파급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AI가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단독 대담을 갖고 AI를 ‘가장 파괴적인 힘’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점-생산성 극대화

정부는 지난해 9일 ‘전 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초거대 AI가 등장하면서 일상에서 AI를 접하는 기회가 확산하고, 앞으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계획 발표 당시 “미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발 빠른 기술 수용과 활용, 확산으로 단기간 내 경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외 주요 기업은 그동안 전문영역으로 여긴 AI를 일반 사무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IBM이 지난 2022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34%가 AI를 업무에 적용했다. 사내외에서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를 AI 기반 시스템으로 신속하게 분석·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향후 AI 기술과 지식이 축적되면 기존 업무 형태를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가 산업현장과 일터에서 사람의 노동량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생산성·효율성 향상 원천으로 확산하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짧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챗GPT 활용하면 작업시간을 약 37% 단축할 수 있다. 같은 해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는 마케팅 분야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면 주당 5시간 안팎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문 결과를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서도 단순·반복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업무 효율성 향상 등 눈에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냉동기, 외기조화기, 폐열 회수 등 설비 운영에 AI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 142억원 규모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축산동물 디지털관리 솔루션 기업 인트플로우는 AI로 돼지 생체정보를 관리해 육성 품질을 15% 높였다. AI로 공장을 관리하는 LG스마트파크는 생산성을 20% 향상했다.

포스코DX 재직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로봇 교육이 열리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제공〉

◇약점-자금·인력 태부족

고비용과 복잡한 기술 체계, 부족한 전문인력은 AX 확산을 가로막는 3대 장애 요소로 꼽힌다. 고질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이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AI 도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AI 도입률은 불과 14.7%다. 산업 분야별 격차도 크다. 공공·안전과 교통·물류 분야가 각각 23.7%, 17.8%로 두 자릿수 비중을 기록한 가운데 제조와 의료는 9.3%, 8.5%에 그쳤다.

KISDI가 3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AI 도입에 장애가 되는 내부요인으로는 △높은 도입 비용(43.1%)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알고리즘(11.7%) △역량을 갖춘 신규 인력 채용의 어려움(10.6%) 순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AI 도입기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AI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는 1인 이상 기업 982개 표본을 대상으로 비용·성과 등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AI 도입 과정에서 느낀 애로사항으로 ‘내부 운용의 기술력 부족(49.7%)’을 가장 많이 꼽았다. AI 기술 활용 관련 어려움 문항에서도 ‘내부 운용의 기술력 부족(62.4%)’으로 응답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AI 인력양성을 위한 정책을 가장 크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AI 활용산업에서 AI 도입 기업의 60.8%에는 AI 전담 인력이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AI 인력양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제조업, 서비스업 등 주요 AI 활용 산업에서 1~9명의 직원을 둔 소기업은 AI 도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존 CI 〈AP=연합〉

◇기회-신시장 개척

AI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은 제조, 물류, 서비스 등 각종 산업과 결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주요 기업은 속속 AI를 경영체계에 신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아마존은 다양한 디바이스를 자사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음성비서 알렉사(Alexa)에 ‘잘자’라고 말하면 블라인드를 내리고, 조명이 꺼지고, 도어록을 잠그는 등 지시에 따라 작동하는 형태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AI 관련 공개 보고서에서 “생산, 마케팅, 유통 등 의사결정에 AI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전반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면서 “각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며 수익모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최근 독자적 초거대 AI 개발·출시가 본격화한 것은 물론 중소·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의료 AI 솔루션 전문업체 ‘루닛’이 미국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의 참여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괄목한 성과를 내고 있다.

무협은 그동안 인간이 판단·대응한 영역에서 AI 활용으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받으면 기업의 생산, 유통, 고객관리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우수하고 차별된 데이터가 축적된 분야 △미국·중국 등 경쟁국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분야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 중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 등을 고려해 미래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위협-신뢰성·안정성 리스크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 시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 및 행동의 법적 책임’이 1위를 기록했다. 368개 응답 기업 가운데 31.7%가 이같이 응답했다. ‘AI의 잘못된 의사결정'(23.4%), ‘AI 사이버보안 취약성'(18.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국내 기업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로 인한 사고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27.2%)으로 나타났다. AI가 예측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결함이 있거나 해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이다. AI가 특정 데이터에 편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인력 운용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AI가 기존 인력을 대체하면서 사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내부 직원의 기술 역량 부족으로 AI 활용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기업 전체의 효율성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AI가 새롭게 생성하거나 수집하는 데이터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지식재산권(IP)이나 개인정보보호를 침해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기존 시스템에서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와 AI를 연계해야 하는 과제도 상존한다.

대규모 투자비용도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초기 투자는 물론 관리, 유지·보수에 지속해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KISDI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19%가량이 ‘공공·외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AI 도입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이외에 작업 현장에 적용한 AI가 사고·사건 상황에서 작업자의 안전과 안정적인 생산 유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가볍게 보기 어려운 문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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