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한국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년 뒤에는 필요한 병력을 충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전망이다.
미국 CNN 방송은 30일(현지시간) ‘한국군의 새로운 적: 인구 추계’라는 기사를 통해 “0.78명에 불과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한국군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서 두드러진 사례의 연구 대상국”이라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이 칼럼은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하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민등록인구와 생존율 등을 반영해 분석한 병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국군 상비병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현재 50만여명 수준이다. 이를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이 입대해야 하지만,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남녀 성비가 절반이라고 가정하면 20년 뒤에 입대할 수 있는 남성은 12만5000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5년 22만명, 2072년 16만명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39년 39만3000여명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CNN은 “현재의 출산율로는 병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발언을 전했다.
이어 “한국은 2006년 67만4000명이던 현역 군인 수를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북한의 위협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해 다섯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이 핵무기로 도발하면 핵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CNN은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 2025년에는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인용하며 “한국에는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내에서 병력 부족 문제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방안으로 예비군 활용안을 소개했다. 310만명인 예비군 동원 시스템을 개선하면 병력난 해소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예비군 중 일부를 대상으로 1년에 180일 동안 훈련을 받게 해서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시범사업이 운용되고 있다.
여성 징병제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가부장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비용과 여성 출산 등의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하면 필요한 비용이 수익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급여 조건이 매력적일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부사관 등 전문 간부 병력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경제적·사회적 혜택 부족으로 군 간부 지원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부사관 지원자 수는 2018년 약 3만명에서 2022년 1만9000명으로 감소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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