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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한국 아이돌 대거 참전…日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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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12월 31일과 1월 1일, 어떻게 맞이하시나요?

저는 보통 친구들과 한 해의 마지막 날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 가장 힘들었던 일 등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 연말 각종 방송사에서 해주는 가요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합니다.

우리나라 연말 가요방송처럼, 일본에서도 해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가장 큰 가요 방송 ‘홍백가합전’을 여는데요.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이죠. 요즘은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도 참여해 무대를 함께 빛내고 있는데요.

이 홍백가합전은 도대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이고, 홍팀과 백팀으로 나누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오늘은 일본의 연말 가요 대축제, 홍백가합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홍백가합전은 1951년부터 NHK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연말 가요축제입니다. 1945년 12월 31일 ‘홍백음악경기’를 내보냈던 라디오 방송이 시초라고 하는데요. TV 홍백가합전은 1회부터 3회까지는 모두 설날 프로그램으로 방송됐고, 1953년 4회부터 우리가 아는 12월 31일 연말 방송으로 고정됐습니다.

홍백가합전은 홍팀과 백팀으로 가수를 나눠 대결하듯 무대를 선보이는 구성입니다. 이처럼 ‘홍백’을 내세우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원래 두 팀이 겨루는 것을 뜻할 때 우리나라가 청백을 사용하듯 일본은 홍백을 사용해왔기 때문인데요.

이 시초는 헤이안 시대 말기에 벌어졌던 내전 ‘겐페이 전쟁’에서 왔습니다. 당시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 헤이시와 지방세력 겐지가 전투를 벌였는데, 내전이었기 때문에 서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각자 빨간색과 하얀색 깃발을 들었다고 하죠. 이 때문인지 검도와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이 홍백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빨간색은 탄생을, 흰색은 죽음이나 이별을 의미해 홍백은 인생을 의미하는 상서로운 색깔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빨간색과 흰색을 번갈아 입힌 큰 천인 ‘홍백막’을 졸업식이나 입학식, 기공식 등에 걸어놓곤 하는데요. 경사로운 일을 축하하거나 운을 기원할 때 사용하곤 합니다.

다만 홍백가합전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홍팀, 남성이 백팀을 맞아 진행해왔습니다. 혼성그룹의 경우 보컬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기준으로 팀을 분류했는데요. 이 남녀대항전의 추세는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8년 69회 홍백가합전에서는 홍백을 초월한 특별기획 무대를 꾸몄고, 2022년 73회 홍백가합전에서는 남성 보컬을 필두로 한 밴드 세카이노오와리가 홍팀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점차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로 변모하고 있죠.

유서 깊은 연말 무대인 만큼, 일본에서도 홍백가합전에 누가 나올 것인지 매년 관심이 쏠리는데요. 한국 아이돌의 일본 활동이 늘어나면서 무대에 이들이 오르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지난 26일 NHK가 공개한 라인업에 따르면 출연진에 세븐틴,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 등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포함됐는데요. 올해도 음악으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화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노래를 누가 부르느냐도 중요한데요. 보통 한 해 가장 화제가 됐던 노래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올해는 여고생 콘셉트로 파격적인 무대로 주목받았던 여성 그룹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의 ‘오토나블루’가 첫 곡으로 선정됐습니다.

또 모두가 보는 가요 무대기 때문에, 아이돌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들도 참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마지막 곡은 어느덧 45세가 된 일본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MISIA(미샤)가 부르게 됩니다. 일본 원조 아이돌 그룹으로 불리는 ‘캔디즈’의 50주년 무대 공연도 있을 예정이죠. 이 밖에도 디즈니 100주년 특별 무대 등도 예정돼있습니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1월 1일 시작하자마자 듣는 첫 곡이 한 해의 운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고 하죠. 가요무대 보시면서 한번 내년 운을 결정할 한 곡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올 한해 슬펐던 일들은 노래에 흘려보내고,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올 한해 일본 관련 연재물로 여러분과 만나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유익하고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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