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수신료-전기료 분리 징수
지난 7월,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사실상 정부가 ‘시행령’으로 밀어붙였다. KBS 재원의 절반을 차지하던 공적 재원이 흔들리면서 공영방송 역할도 흔들릴 것이란 우려다. 위기는 2024년 본격화할 것이고, KBS는 극심한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정부가 시행령을 다시 바꾸거나, 혹은 헌법재판소에서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KBS가 ‘땡윤뉴스’로 비판받을수록, 1980년대 ‘땡전뉴스’에 반발하며 시작된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40여 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
유례없는 공영방송 이사 해임 ‘효력 정지’
KBS‧MBC에서, 여태 해임된 이사의 해임 효력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장이 지난 9월 최초의 선례를 만들었다. 김기중 이사도 권 이사장과 함께 ‘살아서’ 이사회에 돌아왔다. ‘이사 물갈이’로 MBC 사장을 여권 입맛에 맞게 바꾸려 했던 정부 여당의 작업이 제대로 꼬였다는 평가다. 이 사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무리한 행위가 더는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다.
공영방송 정치독립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난 11월9일, 방송법 제정 36년 만에 처음으로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거대양당이 독점하던 ‘이사 추천권’을 학계, 시청자, 방송종사자에게 분산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이었지만 여권은 ‘언론노조 영구장악법’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이 역사적 사건은 미완의 실험으로 끝났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대양당이 ‘정치적 후견주의’는 앞으로도 공영방송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장악 경력자’ 이동관 방통위원장
MB정부 ‘언론탄압’의 상징 이동관의 ‘귀환’은 “방송 자유는 없다는 공개 겁박”, “방송장악위원장”과 같은 반발로 이어졌다. 그는 8월 말 취임 이후 ‘가짜뉴스 근절TF’를 만들고 “국기 흔드는 공영방송은 존폐 재검토” 같은 압박을 이어가며 유례없는 ‘2인 체제’로 ‘폭주’를 이어갔다. 결국 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고, 그는 탄핵 직전이던 지난 1일 출근 99일 만에 사퇴했다. ‘언론장악 경력자’의 말로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제 ‘특수부 검사 선배’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김만배와 수상한 돈 거래’ 언론계 휘청
‘법조기자’ 지위를 ‘사업’에 이용했던 김만배는 오늘날 언론계의 ‘도덕 불감증’을 상징한다. 그와 연결된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법조기자 동료였던 한국일보 간부는 1억, 중앙일보 간부는 1억9000만원, 한겨레 간부는 9억원을 거래했다. 충격적 사건에 언론계가 휘청였다. 지난 9월에는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책값’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며 파장이 컸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돈 거래’에 대한 언론인들의 안이한 인식은 언론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대통령 명예훼손’ 기자 압수수색 반복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언론인 압수수색’이 자행됐다.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고위로 허위 인터뷰 및 명예훼손 기사를 썼다며 뉴스타파‧JTBC‧경향신문‧뉴스버스 등 전현직 기자들과 언론사 대표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사실상 대통령 의지로 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내년엔 추가 압수수색과 기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언론계 연대가 절실한 국면이다.
대통령 기자회견 한 차례도 없었다
2022년에는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이라도 있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라도 있었다. 올해는 단 한 번의 대통령 기자회견도 없었다. 신년 기자회견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없었다. 국내 인터뷰는 연초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가 전부였다. 내년에도 신년 기자회견은 불투명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 했을 때보다, 했을 때 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불편한 질문이 무서워 외신인터뷰만 하는 게 아니라면, 신년에는 기자들 질문부터 받아야 한다.
‘나는 신이다’부터 ‘무빙’까지…OTT 시대
JMS 교주 정명석이 최근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나는 신이다>의 흥행은 하나의 사건으로, ‘장르 불문’ 넷플릭스의 사회적 영향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피지컬100>, <데블스 플랜>, <솔로지옥>부터 <더글로리>, <마스크걸>, <길복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올해도 강세였다. 디즈니플러스도 <카지노>와 <무빙> 등으로 존재감을 보였고, 쿠팡플레이도
국민의 방송 KBS? 박민의 방송 KBS
어느 날 KBS 메인뉴스 앵커가 바뀌었다. 인기 프로 <더라이브>는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경영진은 갑자기 KBS가 편파적이었다고 사과했다. 시사 라디오에선 특정 패널 하차 지시가 이뤄지고, 특정 노조 소속 진행자는 시사프로에 쓸 수 없다는 간부 발언까지 등장했다. 이윽고 <시사기획 창>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편에선 대통령 세일즈 외교 홍보 방송으로 ‘윤비어천가’ 논란을 자초했다. 모두 문화일보 기자 출신 박민씨가 지난 11월13일 사장으로 오고 두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조선일보 부수 조작 의혹 ‘무혐의’
지난 8월 서울경찰청은 “조선일보가 ABC협회 부수 공사 규정에 따른 유료 부수 보고가 아니라 전국 지국에 판매한 지대 부수를 토대로 산출한 내역을 유료 부수 현황으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유료 부수를 조작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BC협회 내부 폭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신문지국장들 증언에도 2년 5개월간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야당은 “부실 수사로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신문업계는 ‘자정’의 기회를 또 한 번 놓쳤다.
“언론인의 선거운동은 무죄” 대법원 첫 판례
대법원이 4월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9월 기소 이후 확정판결까지 10년 7개월 걸렸다. 그 사이 공직선거법 조항은 두 차례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정당 가입이 전면 허용되는 언론인에게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선 어쩌면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성 AI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앞으로 △보도자료 기사화 △보고서‧논문 기사화 △특정 주제 글쓰기 △기사 맞춤 이미지 생성 △데이터 파일 분석‧시각화 △뉴스 댓글 분석 등 저널리즘 영역에서 쓰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신세계’ 앞에서 언론계가 활용 방안과 득실을 놓고 분주했던 가운데 美 뉴욕타임스는 최근 챗GPT가 자사 기사를 통째로 베껴 대답한 사례를 들고 ‘우리의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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