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 직후 3개월간 법정제재 이상 의결 내역이 정연주 전 위원장 취임 직후 3개월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성·공정성 위반으로 제재받은 시사·보도 프로그램도 류 위원장 체제가 정 전 위원장 체제의 4배 이상이었다.
류희림 위원장 체제 3개월간의 과징금과 관계자 징계 의결 내역은 정연주 전 위원장 체제 2년 동안의 징계 의결 건수와 비슷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가운데, 무리한 법정제재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한 이유다.
미디어오늘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정연주 5기 방통심의위원장의 임기(2021년 8월9일~2023년 8월17일)와 류희림 위원장의 취임 후 3개월(2023년 9월8일~11월30일)까지의 법정제재 의결 내역을 확보해 분석했다. 법정제재는 중징계로 분류되는 의결로, 방통위의 방송평가 과정에서 감정 요소가 되는 제재다. 법정제재를 높은 징계 수위 순으로 나열하면, 과징금, 방송 정정·수정·중지,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순이다.
류희림 위원장 체제 3개월간 과징금 11건, 정연주 위원장은 2년간 18건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5기 방통심의위가 3개월간 최종 의결한 과징금 안건은 총 11건이다. 해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이 임기를 수행한 2년 동안 총 18건인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병원 전화번호를 노출한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5건을 제외한 6건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YTN, KBS, JTBC(2건), MBC(2건)이다.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총 1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여했다.
이 같은 류희림 위원장의 무더기 법정제재는 정부여당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9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씨 인터뷰가 조작이라는 주장이 나온 후, 정부·여당은 ‘가짜뉴스’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방통심의위는 곧바로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후 여당 위원들만의 만장일치로 과징금을 의결했다. 야권 위원들은 정부, 대통령실,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 연장선에서 이뤄진 부끄러운 정치 심의라고 비판했다. 언론단체·시민사회 등 각계에서도 자의적 편파 심의에 의한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정연주 위원장 체제에선 투표 조작이 이뤄진 엠넷(Mnet)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 과징금 3000만 원, 허위의 사례자와 전문가를 출연시켜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을 방송한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에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외의 16건은 모두 병원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고지하는 등의 방송을 한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관련 과징금 제재다.
관계자 징계 의결도 기간 대비 류희림 위원장 체제가 월등히 많았다. 류 위원장 체제에선 3개월 동안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 실제 연쇄살인범의 범죄를 상세하게 소개한 AXN 등 총 4건에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반면 정연주 위원장 체제는 2년 간 ‘관계자 징계’가 홍보성 방송 관련 1건에 불과했다.
객관성·공정성으로 시사보도 프로 제재, 류희림 위원장이 4배 이상
객관성·공정성 위반(제9조 공정성, 제14조 객관성, 제13조 대담·토론프로그램 관련 공정성 조항 포함)으로 제재받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류희림 위원장 체제 3개월간 의결 건수가 정연주 전 위원장 체제 2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이었다. 류 위원장 체제에서 해당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 이상의 제재를 받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안건은 총 26건이지만, 정연주 위원장 체제에선 2년간 단 6건에 불과했다. 해당 조항들은 주관적 해석 소지가 커 심의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특히 정치심의 논란이 제기되는 안건을 제재하는 주요 조항으로 적용돼왔다.
류 위원장 취임 직후 3개월 간 법정제재 주의는 36건, 경고는 4건으로 총 40건이 의결됐다. 이 중에서도 객관성·공정성 조항 위반 관련으로 제재받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총 19건으로, 대다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권력에 대한 의혹제기, 비판이 담긴 방송이다.
그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 안건은 총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YTN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도 주의를 받았다.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대해선 한 단계 높은 수위의 경고가 의결됐다.
반면, 정연주 위원장 취임 직후인 2021년 8월9일부터 10월30일까지 3개월간 주의는 17건, 경고는 0건이었다. 이 중 14건은 모두 상품 성능을 오인하게 과장해 방송한 홈쇼핑 방송프로그램과 병원 전화번호를 고지한 홍보성 의료프로그램이었다. 정연주 위원장 체제의 5기 방통심의위는 홍보성 의료프로그램에 일괄적으로 과징금 제재를 의결했다.
이외 3건은 경연 지원자 수를 거짓으로 부풀린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정경심 교수 관련 판결 및 윤석열 총장 징계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지적을 받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폭력적 묘사로 지적받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대한 의결이다.
정연주 위원장 당시엔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가 무더기로 제재하고 있는 객관성, 공정성 조항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연주 체제 2년 중 공정성 조항 위반으로 제재한 건수는 모두 3건이다. 이 중 두 건은 모두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 안건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조민씨를 일방적으로 옹호한 방송과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를 비판한 안건이다.
객관성 조항을 적용한 제재는 총 10건으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4건이었다. <아이돌학교> 투표 조작 관련 방송과 지원자 수를 부풀린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식품업체 내부고발 관련 보도를 내보내 명예훼손 조항과 함께 제재받은 <연합뉴스TV>, 시청자 댓글을 허위로 방송한 KNN 특집 토론회 등이 제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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