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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파민 중독?”…숏폼에 빠진 MZ[청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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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김모씨(28)는 최근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숏폼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다가 새벽에 겨우 잠드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다 보니 앱 자체를 삭제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라”며 “늦게 잠드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회사에서도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계속 휴대폰만 보게 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요즘은 저녁에 스마트폰을 보기보다 종이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파민 중독’ 관련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도파민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쾌감이나 즐거움 등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고 틱톡과 같은 숏폼을 기계적으로 넘기며 몇시간씩 소비하는 이들을 ‘도파민 중독자’라고 일컫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거나 SNS 앱을 삭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에 빠진 韓, 한 달에 1000억분 넘게 영상 봤다

최근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한 달에 1000억분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5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10월 유튜브 사용 시간은 1044억 분에 달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319억분), 네이버(222억분), 인스타그램(172억분), 틱톡(79억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은 ▲2020년 10월 671억분 ▲2021년 10월 814억분 ▲2022년 10월 913억분 ▲2023년 10월 1044억분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쇼츠’ 도입 효과로 풀이된다. 쇼츠는 유튜브의 숏폼 서비스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뜻한다. 유튜브가 지난 2월 쇼츠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성장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외에도 숏폼 서비스가 활성화된 앱의 사용 시간은 더욱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의 앱 사용 시간 또한 2020년에 비해 각각 262%, 191%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12%, 7%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새로운 자극만 추구…’팝콘 브레인’ 경계해야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팝콘 브레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팝콘 브레인은 팝콘이 튀듯 강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을 보이고, 느리고 소소한 자극에는 무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우리 뇌에선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나 자극에 점차 내성이 생기면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결국 우리 뇌는 빠르고 강력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될 경우, 다른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쾌감이 감소해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도파민 중독을 경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멀리하려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도파민 디톡스’라고도 일컫는다. 이들은 스스로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앱을 삭제하는 식으로 도파민 분비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또 스마트폰을 맡겨야만 입장 가능한 북카페를 방문하는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장인 양모씨(26) 또한 ‘도파민 디톡스’에 도전 중이다. 그는 “재밌어서 숏폼을 보기 시작했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면 수백개씩 보기 일쑤더라”며 “숏폼을 보다 보면 자괴감이 들어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요즘엔 아예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자 내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도파민 중독’ 우려 이어져…”아이들, 비디지털 활동 적응 어려울 수도”

도파민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인 줄리 자르곤은 지난 8월 “틱톡이나 릴스와 같은 짧은 형식의 콘텐츠를 지나치게 많이 소비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지 않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어린이 주의 및 학습센터의 임상 책임자인 마이클 매너스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뇌가 끊임없는 변화에 익숙해지면 뇌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비디지털 활동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에도 도파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소비경향을 예측한 책 ‘트랜드 코리아 2024’ 또한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파밍(farming·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의 합성어다. 이는 재미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행동을 뜻한다.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도파민을 유발하는 자극적이고 무모하고 기괴하기까지 한 행위가 많아졌고, 이를 찾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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