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전과자
국회는 ‘전과자 집합소’ 비아냥 받아
‘제 식구 감싸기’와 범죄 인식 수준 짐작
전과 경력자·비리 혐의자 단호히 배제해야
현재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종료된 후 당선자들의 전과 경력을 분석한 한 언론보도로는, 300명의 당선자 가운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과자가 무려 100명이나 된다. 3명 중 1명이 전과자인 셈이다. 전과 5범인 당선자도 있고, 전과 4범인 당선자도 6명이나 된다(지난 11월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민주화운동 제외 전과 경력 보유자’는 51명이다).
국회가 ‘전과자 집합소’냐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이들은 모두 정당 소속임을 고려하면 정당의 공천심사가 부실했거나 그런 정도의 전과는 무방하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정당의 도덕성 기준이 이런 지경이니 전과자는 물론 재판 중이거나 비리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세간의 이목도 개의치 않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설 만하다.
최근 공천 예비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민간인 고문치사 연루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격으로 번복된 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나 보복운전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전 상근부대변인의 경우가 그 예다. 이들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이의신청한 것을 보면(정무특보는 22일 이의신청을 철회했다) 애당초 이 정도의 전과라면 당에서 눈감아 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현역 의원들은 이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민형배 의원은 ‘정의찬 예비후보의 공정한 자격심사 요청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부적격 판단을 바로 잡아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전 부대변인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전과자까지도 옹호하는 정치인들의 ‘제 식구 감싸기’ 문화와 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과가 있더라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면 출마할 수 있으니 전과자들의 출마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하는 양대 정당에서조차 그런 사람들을 공천하는 것은 다르다. 유권자 대부분이 후보를 선택할 때는 후보자 개인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현실에서 전과 경력자들을 공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당에서 공천했으니 우리 당을 지지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찍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이 도덕군자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국민의 평균적인 도덕적 수준과 인성은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가 다가오면 각 정당들은 혁신 경쟁에 나선다. 4년 내내 기득권을 움켜쥐며 호사를 누려놓고는 그동안 숱하게 내놨던, 쉰 냄새가 풀풀 나는 메뉴들을 다시 꺼내 들며 이번엔 진짜 혁신하겠다고 국민들을 현혹한다. 이번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진정으로 혁신할 의사가 있다면 그런 헛구호를 되풀이하지 말고, 최소한 전과 경력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조치부터 하기 바란다. 공천심사를 할 때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범죄 경력자들을 배제한다면 국회가 ‘전과자 집합소’라는 오명을 벗고, 좀 더 국민의 대표기관다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과자들이 감히 국회의원 되려는 망상도 갖지 않게 되고, 정치지망생들이 처신에 더욱 조심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자신이 전과 경력이 있고, 여러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과 경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세우기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이 대표를 공천하면서(당연히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전과 경력이나 범죄 혐의를 문제 삼는다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일 게 뻔하다. 김병기 검증위원장이 “검증에 예외가 어디 있느냐”며 이 대표도 출마한다면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으니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더구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평생 범죄와 맞서 싸우던 사람이며, 정치권에 아무런 빚도 없다. 이참에 전과 경력자들은 물론 비리 혐의를 받는 사람들까지도 단호히 배제하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 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이며, 22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치개혁은 번드레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실천할 때 가능하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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