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의 영웅 진종오(44)가 처음 참가한 국제대회는 2002년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이다. 비행기를 스무 시간 넘게 타고 도착한 사격 경기장 근방에는 스키 점프 경기장이 있었다. 그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급경사면과 점프대를 한참 쳐다봤다.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선수들이 어떻게 직선으로 창공을 날아 착지하는지 궁금했거든요. 현지인들의 문화와 풍습도 생생히 기억나요. 총을 어떻게 쐈는지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요(웃음).”
젊은 날의 경험은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공동위원장 활동의 자양분이다. 청소년에게 추억과 감흥을 전할 프로그램을 최우선으로 준비한다. 진 위원장은 “K-컬처와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청소년 문화축제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구체화한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페스티벌 사이트다. 경기장 안팎에서 스포츠, 문화 체험, 이벤트, 공연예술, 전시, 교육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거점은 강릉하키센터. 밤마다 스케이트장이 ‘DJ 스케이트 나이트’ 무대로 탈바꿈한다. 낮에는 쇼트트랙 최민정과 피겨스케이팅 박소연이 원포인트 레슨 코치로 나선다.
둘째는 다음 달 28일 평창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리는 ‘올림피언 토크 콘서트’다. 대회 홍보대사인 김연아·윤성빈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청소년의 고민을 경청하고 상담한다. 진 위원장은 “거리낌 없는 소통으로 건강한 정신·신체적 성장을 도모하는 장으로 꾸미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셋째는 다음 달 27일 평창동과 이튿날 강릉 관동대 아이스하키센터에서 펼치는 ‘K-컬처 페스티벌’이다. K-팝 아티스트들을 대거 초청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진 위원장은 “강원도립무용단과 강릉시립합창단, 2군단 태권도시범단 등도 출연해 열기를 더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액티비티, 스포츠 체험, 문화 체험, 교육, 전시, 문화공연 등을 함께 운영해 잊지 못할 추억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일련의 프로그램은 대회 비전인 ‘즐거움과 성장이 되는 스포츠, 공존과 화합으로 여는 평화로운 미래’에 꼭 들어맞는다. 청소년들이 우정을 쌓으며 포용, 화해 등의 올림픽 정신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실감형 교육의 최전선에는 진 위원장도 뛰어든다. 청소년들과 눈을 맞춰가며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전파할 계획이다.
“규모가 제법 큰 대회인데 대부분 경험이 많지 않아 긴장할 거예요. 건강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컨디션 조절법을 알려주려고요. 도핑 방지 교육도 해줄 생각이에요. 겨울철에는 낮은 온도 때문에 인체의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워요. 자칫 약물을 잘못 복용하면 오해를 살 수 있죠.”
춘천 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강원의 혹한을 잘 안다. 그래서 일찍이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자원봉사자에게 스키 재킷·스키 바지·이너 재킷·모자(비니)·장갑·양말·목도리·핫팩·무릎담요를 지급하고, 설상 등 야외 근무자에게 방한 작업화를 추가로 제공한다. 경기장 곳곳에 그늘막(MQ텐트)·원적외선 난로·의자 등으로 구성된 관람객 난방 쉼터도 설치했다. 진 위원장은 “차·커피 등 온음표를 수시로 공급하고, 난방 버스(45인승) 두 대를 운영하는 등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경기도 관전할 생각이다. 가장 기대하는 종목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경기로, 동계 근대 2종 경기라고 일컬어진다. 우리나라에선 조나단, 박민용 등 고교생 여섯 명이 참가한다. 진 위원장은 “사격이 접목된 경기라서 아무래도 관심이 가네요”라며 웃었다. “선수들이 수준급 경기력으로 생소한 종목을 대중에게 많이 알렸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수들이 메달까지 딴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고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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