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제시한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 이재명 대표가 쇄신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이 전 총리는 새해 첫 주 ‘헤어질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신당’이 야권 재편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 정세균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정 전 총리는 ‘현애살수(懸崖撒手·낭떠러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이 대표에게 ‘결단’을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쇄신 요구에 부응하라는 강력한 요구였다. 다만, 대표직 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등 구체적 방식을 특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에도 김부겸 전 총리를 만나 의견을 나눴다. 당시 김 전 총리는 “분열이 있으면 총선에 큰 악영향이 있다”며 과거 야권 분열로 선거에서 패한 경험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걱정을 말했다. 겉으로는 이 대표가 나름의 통합 행보를 통해 비명계 등에 대한 포용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전 총리 등이 요구해온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구성’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 전 총리는 ‘헤어질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최성 전 고양시장 출판기념회에서 “내년 1월 첫째 주 안에 나의 거취랄까 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옳겠다”며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고 했고, 새해 초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묻는 말엔 “측근을 통한 협의에 의견 접근이 안 돼서 지금은 협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또 전날 이재명-정세균 회동을 거론하며 “이 대표의 대답은 없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당초 동력이 약하다고 평가됐던 ‘이낙연 신당’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알려진 ‘디데이’가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흐름이다. ‘동교동계’ 정치인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심으로 민주당엔 도덕성과 공정이 실종됐다”고 일갈했다. 이어 “원칙에 귀 닫고 상식을 조리돌림 하다가는 결국 난파에 침몰할 것”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신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없다는데, 중도는 말이 없을 뿐이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친명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다가 탈락한 최성 전 고양시장에 이어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 두 번째 인물이다. 내년 초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나, 공천 심사 과정에서 떨어진 현역들이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총선을 불과 100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지세 중심에 이 대표가 서 있는 만큼 비대위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나 이준석 신당으로 혁신 경쟁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니 더더욱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진보 진영이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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