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실은 이송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표결에 부쳤다. 여당이 전원 퇴장하면서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당 의원 180명만 참여했고, 전원 찬성했다.
특검법은 김 여사가 2010년을 전후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도록 한다. 특히 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권을 가질 수 없도록 쌍특검법 관련 조항을 고쳐 국회에 제출했다. 수정안은 특검 추천 주체를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 또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 중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으로 규정했다. 사실상 민주당과 정의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고, 여당을 원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는 표결 전부터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거세게 충돌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는 6개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고 이 중 최소 3개의 계좌에서 시세 조정이 일어났다고 적시했다”며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배우자라도 법치주의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야당만 특검을 추천하도록 하는 법안이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그렇게 임명된 특별검사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겠나. 차라리 특별검사를 이재명 대표가 임명하라”고 반발했다. 특히 ‘독소조항’으로 거론되는 지점을 짚으면서 “수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어 다른 특검법과 비교해볼 때 형평성·비례성의 원칙에서 위헌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쌍특검법은 지난 4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뒤 245일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은 이 사건에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2년 넘게 수사했지만, 관련 혐의를 규명하지 못했었다. 민주당은 2020년 4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특검까지 사안을 끌고 왔다.
한편,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쌍특검법 본회의 통과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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