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총리 연대설’의 한 축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난다. 물밑에서 신당 창당 작업을 계속하는 이낙연 전 대표가 ‘결단 시한’으로 못 박은 연말이 임박한 만큼 두 사람의 회동이 통합 혹은 분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낮 서울 모처에서 정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갖는다.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등을 연이어 만난 정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에게 두 사람의 의중을 전하고 ‘통합’을 거듭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4일 김 전 총리와 조찬을 함께하면서 당의 통합과 쇄신 노력을 강조했었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이 전 대표를 만나 분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 상황에 대해 걱정을 나누기도 했다.
다시 이틀 만에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것인 만큼 정 전 총리가 전·현직 당 대표의 입장차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 등이 제기하는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분열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명·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만큼 대표직에서 물러나 ‘통합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란 것이다. 여기에는 중립적인 인사의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요구 등 공천을 둘러싼 갈등도 숨어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비대위 전환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대안으로 ‘3총리 연대설’ 내지는 ‘3총리 공동선대위원장’ 등 선택지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결단의 시간’을 연말로 못 박았던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대장동 사건’을 다시 꺼내 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전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언론에 최초 제보한 게 자신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지지층’에서 대선 패배의 원흉이라고 꼽는 사건을 부상시킨 셈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 측은 내년 1월 중순을 ‘창당 디데이’로 잡고, 실무 작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혁신과 통합’을 언급하며 포용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전날 인천에서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께서 여러 말씀을 해주고 있고 저도 계속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쇄신 목소리에 일부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요구까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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