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비전을 논의했는데 결론은 (애플리케이션) 베이비빌리라는 서비스가 있기 전과 후의 아이들의 출발선이 다르게 하자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엄마 아빠의 삶을 편하게 해주자는 것이죠. 예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임산부들 복숭아 먹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곤 했는데, 그게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걸 알렸어요. 그 글을 보면 이제 맛있는 복숭아를 맘 놓고 먹을 수 있고 삶도 편해지겠죠.”
기업 인수·합병(M&A) 실사 등을 하던 27세의 한 컨설턴트는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에 매료돼, ‘나도 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다운로드 100만을 기록한 육아 애플리케이션 베이비빌리를 만든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의 얘기다. 회사에 같이 다녔던 디자이너와 함께 창업할 ‘아이템’을 물색하던 이 대표는 주변에서 답을 찾았다. 임신, 출산을 준비하는 선배·동료들이 ‘어떤 제품을 고를지, 뭘 살 것인지, 뭘 먹어야 할지’ 등을 두고 버벅거리는 모습에 주목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산업계 전반을 분석하는 똑똑한 언니들이 아이를 가졌을 때는 맘카페 댓글을 보면서 아이템을 찾더라고요. 이 시장이 낙후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 사업을 고른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는데, 막상 이 아이템을 출시할 때쯤 임신하게 되면서 조마조마했어요. 내가 만든 서비스가 임신부가 된 내가 다시 봤을 때 별로일까봐 조마조마했었어요. 다행히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 대표는 인턴 포함해 60명이 일하는 기업의 대표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애플리케이션 베이비빌리는 2020년 7월에 나왔고, 아이는 2021년 3월에 낳았다. 임신한 기간에 시드 투자를 받았던 그는,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됐을 때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에 참여했다. 빌리지베이비라는 회사명은 사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아이를 키워보니 이게 진짜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아이와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지만) 의식적으로 미안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워킹맘(일과 육아 병행하는 엄마)들은 죄인처럼 직장 생활을 하잖아요. 애한테도 미안하고, 애 때문에 문제 생기면 팀한테도 미안해하고. 그런데 아빠들은 애가 아프면 막 헐레벌떡 뛰어와 ‘미안해’라며 들어오지는 않잖아요. 저는 이런 게 엄마들의 학습된 미안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씩씩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아이와는 적지만 양질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한 시간을 놀더라도 눈을 마주하며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베이비빌리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 경쟁력이었다. 앱 출시 단계에서부터 1000개 정도의 콘텐츠를 미리 마련했고, 에디터 등이 임신과 출산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 결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겪는 이들에게 중요한 의지처가 됐다.
“지난해 임산부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라에서 맞으라고 해서 백신을 접종하는 임산부가 어디 있겠어요. 다들 이 문제를 두고서 찾아볼 텐데, 저희는 전세계 몇만명의 임산부가 백신을 접종해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등을 총정리하는 콘텐츠를 만들었죠. 이 콘텐츠는 맘카페 같은 곳으로 퍼져, ‘베이비빌리에서 보니까 이렇데요’라고 퍼져나갔어요.”
콘텐츠 경쟁력은 앱 이용자 증가뿐 아니라 앱 체류시간 확대로 돌아왔다. 이 전 대표는 “유사한 애플리케이션과 비교했을 때 다른 곳은 한 달에 16분 정도 체류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저희는 한 60분 나온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항상 성장할 때 특별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모두 콘텐츠가 대박이 났을 때예요. 처음으로 월간실질사용자(MAU)가 1만명 넘었을 때도, 일일실질이용자(DAU)가 1만명을 넘었을 때도 콘텐츠들이 화제가 됐을 때였죠.”
빌리지베이비는 콘텐츠를 위해 별도의 에디터 등을 두고 있다. 기자 출신, 간호사 출신 등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데, 필수 조건은 ‘아이 엄마’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 4명 있을 때 산후탈모 관련 콘텐츠를 준비했는데, 그때는 아이를 낳자마자 머리가 빠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이 낳은 시기에 산후탈모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도록 알고리즘을 짜놨는데, 낳아보니까 3개월 뒤부터 빠지는 거더라고요. 겪어보면 쉽게 아는 건데 아니면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라 에디터는 무조건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봤었죠.”
베이비빌리는 ‘베이비빌리 동기모임(베동)’이라는 커뮤니티에 힘입어 이용자들이 크게 늘었다. 초기에는 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였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많은 터라, 우리의 경쟁력은 전문가들이 만들어준 정보라는 측면에서 커뮤니티를 안 열었어요. 하지만 서비스 제공한 지 1년 정도 지나자 이용자가 10만명으로 모인 상황에서 커뮤니티를 개설했는데, 이후 모든 지표가 J-커브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저출생은 빌리지베이비 같은 육아 관련 업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용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단지 임신과 출산을 넘어 아이와 함께 자라는 사이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더불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이용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70~80만명씩 태어났지만, 이제는 25만명 정도가 태어나요. 베이비빌리에서 한 4년 정도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 이제 100만명 정도가 우리 시장규모인 셈인데요. 저희가 한 해 20만명 정도 유입되니까 더 이상 크게 데려올 유저는 남지 않았다고 봐요. 그래서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핀테크라든지, 헬스케어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한편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어요.”
빌리지베이비는 현재 가입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의 소중한 기억들을 부모와 함께 기억하겠다는 구상이다.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아이는 태어나고 있잖아요. 저희는 그 임신, 출산, 육아라는 좁은 골목을 잘 잡고 있는 게 목표에요. 궁극적으로 한번 다운로드받으면 지울 수 없는 앱이 되고 싶어요.”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경우 문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 국가별 맞춤형 정보 제공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국민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 관련된 내용은 빼야 해요. 베트남은 올해 토끼띠가 아니라 고양이띠예요. 이런 내용들이 안 맞춰지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진출한 나라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한 나라 한 나라에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죠. 목표는 한국 이용자의 절반까지 육성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 글로벌 유저는 모두 합하면 15만명 정도 됩니다.”
“이제 임신, 출산을 준비할 때쯤에는 엄마, 아빠 대부분이 저희 앱을 알게 되는 것처럼 글로벌에서도 그런 지위까지 올라가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지금 사용자들을 유지하고, 글로벌에서는 인지도를 더 높일 계획이에요.”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는
1991생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컨설팅 회사인 L.E.K.컨설팅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 인수 ·합병(M&A) 관련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18년 10월 같이 퇴사한 동갑내기 디자이너와 함께 창업에 나섰다. 2020년 7월 임신·육아 관련 애플리케이션 ‘베이비빌리’를 론칭했다. 앱 ‘베이비빌리’는 지난 10월 누적 앱 다운로드가 100만을 넘어서는 등 국내 대표 육아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국 외에도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에서 임신, 출산, 육아로 고민하는 이들의 도우미가 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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