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안전문자 공유하며 주의 촉구…비상키트 마련·대피 연습
“대피요령 이해 어려워” 혼란도…전문가 “반복학습 중요·지자체는 매뉴얼·교육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이후 시민 사이에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함께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거 형태상 여러 가구가 밀집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많아 스스로 화재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이 일으킨 화재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크다는 점에서 ‘화재 포비아(공포증)’로 인한 우려 속에 집집마다 생활 속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화재 이후 집 안에 비치한 소화기 위치를 재확인하거나 스프레이처럼 분사할 수 있는 가정용 소화기를 사들이고 가족 간 화재 대피 요령을 공유하는 가정이 늘었다.
영등포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강모(32)씨는 화재 뉴스를 접한 후 온라인으로 스프레이 형태의 가정용 소화기를 주문했다.
강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불이 났던 곳과 비슷한 구축이어서 걱정이 됐다”라며 “복도에 소화기가 놓여있지만, 쓰는 방법을 잘 몰라 방 안에 가정용 소화기를 보관해 두면 화재 시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임모(31)씨는 구청에서 보낸 화재예방 행동요령을 가족 단톡방에 공유하고, 가족 단톡방 공지글을 ‘외출 시 멀티탭, 가스불 확인!’으로 지정해뒀다.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가 열려있는 방화문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평소 항상 열어두던 방화문을 닫은 시민들도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아이와 함께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하고 대피 훈련을 하기도 한다.
5살 된 아들을 둔 김모(37)씨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배운 소방 훈련을 다시 읊어보라고 교육했다”라며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건과 보조배터리 등을 담은 가방을 마련해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화재 대피 요령을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혼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각 가정에 매뉴얼을 적용하기 힘들고, 실제 상황에 부닥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실습이나 훈련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이모(30)씨는 “화재 대피 요령에는 ‘고층 아파트에서는 옥상으로 올라가라’고 돼 있지만 도봉구 화재에서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참변을 당한 분이 있지 않나”라며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를 이용하라’고도 돼 있던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시설 설치·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에는 소화설비, 완강기, 피난사다리 등을 설치·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사용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평소 가정에서 반복적으로 화재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대피 요령을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해, 반복해서 요령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가정마다 연립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 환경이 다르고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저층·중층·고층부 등 사는 곳의 환경이 다르다. 아파트가 지어진 연도에 따라 스프링클러 유무도 달라진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가정별 주거 환경을 고려해 구체적인 대피 요령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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