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제작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제작사를 대표하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 자리잡고 있다. 사단법인 영화인신문고의 ‘OTT 영화영상콘텐츠 제작 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해외 OTT 스태프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과 노동권 현황을 정리했다.
미국의 경우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태프 중심의 전미연극무대종업원연맹(IATSE)가 미국영화텔레비전제작사협회(AMPTP)와 교섭한다. IATSE는 산하에 세트설치, 촬영기사, 음향비디오기술, 동영상편집, 화장과 헤어, 아트감독, 무대장치, 의상 등 노조를 두고 있다. 전미운전기사노조(Teamsters)와 전미전기공노조(IBEW)도 OTT 콘텐츠 제작 노동자로서 교섭한다.
미국선 스트리밍에 따른 수입분배 관건
파업해 최임인상, 분배금 등 합의
IATSE는 OTT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2021년 투표 조합원 98% 찬성으로 처음 파업을 결의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기업이 수익을 쓸어담았지만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노조는 △극도로 위험하고 해로운 근로시간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임금 △스태프에 대한 스트리밍 수입분배 실패 문제를 제기했다. 제작사협회(AMPTP)는 파업 압력에 부담을 느껴 교섭에 임했고 △스트리밍에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회차 간 10시간 휴식 △매년 3% 급여 인상 등에 합의했다.
지난 11월 마무리된 미국작가노조(WGA)와 미국영화배우노조(SAG-AFTRA) 파업은 OTT 환경에서 노동자 권리를 쟁점 삼으며 세계 관심을 끌었다. 노사는 이와 관련 최저임금 인상과 스트리밍에 따른 재상영분배금 인상, 스트리밍 데이터 정보공개, 스트리밍 시간에 따른 성공보수 지급 등에 합의했다. 지난해엔 스턴트맨에 국내외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재방송분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국의 경우 방송예능통신극장노조(BECTU)와 영화텔레비전제작사협회가 ‘영화제작 협약’을 두고 있다. 3000만 파운드(493억여원) 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 제작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규율했는데, 여기서 ‘영화’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OTT 서비스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뉴질랜드 영상산업노동자법 1년
“종속된 노동자 아니라도 단체교섭”
OTT 제작 스태프가 ‘프리랜서’ 신분인 점을 고려해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법을 만든 국가도 있다. 뉴질랜드에선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영상산업노동자법’이 시행 중이다. 스태프가 종속된 노동자 신분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서면계약이 있다면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영상산업노동자법은 급여와 휴게시간, 노동시간, 괴롭힘 처리, 계약종료 등 의무 교섭사항도 규정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노동 문제는 올해 국제노동기구(ILO)의 우려 대상으로 떠올랐다. ILO는 지난 2월 ‘예술·예능 부문에서 미래에 관한 기술 회의’에서 OTT 산업에서 일어나는 ‘가치 격차(value gap)’를 우려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엄청난 수익이 생겨나는데,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이 빨아들이는 수익과 실제 콘텐츠를 창작하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ILO는 쟁점 중 하나로 상품을 쓰는 방식이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뀌면서 예술부문 내 음악과 영화, 전자출판, 게임이 차지하는 역할이 더 커졌다고 했다. 이에 비해 “노동시장의 노동력 공급 과잉이 ‘부불 노동(임금 없는 노동)’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더 나은 경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가 커졌다. 청년층이 이 시장에 대거 유입하는 가운데 불안정한 고용 기간과 보상이 없이 ‘숨겨진 근로시간’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ILO는 개선 방안으로 △자영업자 신분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제 △‘좋은 지배구조’를 보장할 지침 △예술노동자 사회보장 확대 △업종별 사회적 대화 촉진 등을 제시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