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은 말이 안 되고, 대부분 하루 13시간을 인정한다. (주 52시간을) 하루 13시간으로 4회차 찍는 게 가장 스탠다드”
“훨씬 장시간이고 노동강도가 높고 디테일도 높아서 OTT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드라마제작사를 차리는 이유는 영화노조 교섭요구 받지 않으려고 그랬다고 들었다.”
콘텐츠 제작 프로듀서, 제작실장과 감독급 스태프는 제작사들이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OTT 제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단법인 영화인신문고는 고용노동부 용역으로 진행한 ‘OTT 영화영상콘텐츠 제작 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제작 현장을 관리하거나 팀원을 통솔하는 헤드스태프(프로듀서, 제작실장, 감독급) 8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헤드 스태프들은 먼저 영화제작 현장에서 거의 사라진 턴키계약 관행이 새로 형성된 OTT 제작산업에서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턴키계약’은 제작사가 개별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감독급 스태프와만 위탁계약한 뒤 감독에게 산하 스태프와 계약을 맡기는 고용 형식이다.
보고서는 “참여자들은 대체로 제작사들이 OTT에서 영화산업 단체협약과 근로표준계약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악용해 무분별한 턴키계약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며 “감독의 책임이 증가하고 제작사의 사용자 책임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기술부서 감독 A씨는 “조명팀은 방송드라마의 경우 턴키로 통계약하는데 조수들이랑 계약서 없이 임금을 정한다. (감독급인) 저는 통계약을 해서 부담이 많이 갔다”며 “OTT는 개별계약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프로듀서 또는 사측 관리자로 프로듀서 지시를 전달하는 제작실장을 맡은 B씨는 “표준계약하고 싶었지만 제작사가 원해서 통계약으로 갔다”고 했다. 다른 프로듀서도 OTT 현장에서 “(계약을) 개인으로 하거나 팀으로 묶기도 한다”고 했다.
“영화와 방송 섞인 OTT, 제작사가 유리한 것 취사선택”
영화제작 현장에서 노동권 보호를 경험한 스태프들이 권리 보호를 요구하자 제작사가 이를 피해 OTT나 방송드라마 제작을 택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기술감독은 “OTT도 (주 52)시간을 지키려고는 하는데 다들 시간 준수에 위기감이 적고 추가수당도 적어서 영화 제작에서 더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있다”며 “영화제작사(와)도 해보고 드라마제작사도 해봤는데, 드라마제작사를 차리는 이유는 영화노조 교섭요구 받지 않으려고 그랬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프로듀서는 “영화스태프들은 좀 더 예민하다. 52시간 넘고 주휴일 없으면 저항이 있다”며 “OTT는 (노동시간 준수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제작사와 스태프가 만나면서 혼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보수가 높거나 고용기간이 길어도 노동환경이 열악해 OTT 작품 참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기술부서의 한 감독은 “고용기간이 (OTT 작품을 제작할 때) 더 길어서 낫다고 생각하지만 작업시간으로 보면 훨씬 장시간으로 강도가 높고 디테일 (요구수준)도 높아서, OTT를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감독은 “(일할) 영화(현장)가 너무 없어서 경력관리를 위해 OTT에 참여한다. OTT에 영화와 방송 제도가 혼합되면서 (제작사가) 유리한 걸 취사선택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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