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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과 한반도 정책 급변, 그 대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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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joo ha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상수(常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는 미국 대선에서 다소 이례적인 현상으로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5%포인트 앞선다는 대부분의 최근 여론조사 때문이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 주최 포럼·심포지엄에서는 트럼프 재선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한·미 전문가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트럼프가 1기 임기 중 요구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에 그치지 않고 감축 또는 철군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가 한국을 자주 폄하하고, 주한미군 2만85000명을 모두 철수시키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를 두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는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트럼프 재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확장억제 체제 구축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전술핵 공격 가능성이 현실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매우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되면서 한국 내 핵무장 요구가 더욱 커지고, 한·미 관계가 악화하는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미국 대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10월 22일(현지시간)부터 11월 3일까지 미국 6개 경합주 366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으로 NYT가 11월 5일 보도한 것. 사진은 2020년 10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두번째이자 마지막 TV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UPI·연합뉴스

잠재적 2기 트럼프 행정부에는 1기 때 주한미군 철수 등 트럼프의 요구를 저지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어른들의 축’이 부재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우려 요소다.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 등 외교적 관여를 통해 급격한 한반도 정책 전환의 영향을 완화하려고 시도하겠지만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끔찍한 합의’이고, 미국이 한국에 호구(sucker)라고 했으며(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여러 차례 혹평하면서 “한국인들은 끔찍한 사람들”이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헤일리
2018년 10월 9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면담하고 올 연말에 사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UPI·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잠재적 트럼프 2기의 급격한 정책 전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호재도 있다.

먼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헤일리의 정책은 전통적인 공화당 노선에 가깝다.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강력한 국내 경제·군대·사회를 가지는 ‘힘을 통한 평화’가 중요하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29%를 획득해 트럼프(33%)를 4%포인트, 오차 범위 내에서는 추격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2021년 1월 6일 연방 의회를 습격한 폭동인 내란(insurrection)에 가담한 트럼프가 대선후보 자격이 없어 콜로라도주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후보로 등록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비슷한 소송이 15개주에서 진행 중인 것도 트럼프의 입지를 좁히고, 헤일리의 러닝메이트 선택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헤일리가 내년 2월 23일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에 승리할 경우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도가 굳건해 러닝메이트로 차기를 노릴 가능성이 더 크다.

캠프 데이비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카운티의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EPA·연합뉴스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
한국과 미국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에서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한국 정부 대표단 제공

아울러 한·일 관계가 김대중 정부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도 트럼프의 잠재적 정책 변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기간 최악의 한·일 관계 속에서 한국에 강경 입장을 유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브로맨스를 형성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관리했다. 하지만 한·일이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이슈를 공유하고 있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를 대신할 일본 내 강력한 지렛대가 없는 상황은 트럼프의 급격한 정책 전환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전 세계 주요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 트럼프 2기 대비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미국 대선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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