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법원이 연장근로 시간을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합산해 계산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한 가운데, 노동계는 해당 판단대로라면 근로자가 밤샘 근무를 했더라도 주 총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라며 반발에 나섰다.
반면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로 보인다고 평가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26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명문에만 집중하고 현실을 무시한 판단을 함으로써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이 입법 공백을 틈타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이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라는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과도한 해석과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이면 일주일의 총 노동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틀 연속 하루 최장 21.5시간을 몰아서 일을 시키는 것도, 하루 15시간씩 3일을 몰아서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단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가능성이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도 전날 논평을 내고 대법원이 판결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1일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그동안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연장근로수당을 고려한 판결이 아니며, 가산임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고, 판결을 이유로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의 혼란을 막고,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보완에 지금 즉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반면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존중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그간 행정해석으로만 규율됐던 연장근로시간 한도 계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현행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 깊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로 이해하며 존중한다”며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는 행정해석과 판결의 차이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향후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대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 2부는 지난 7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연장근로시간을 판단할 시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규정돼 있으며, 만일 당사자간 합의가 됐다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1·2심은 1주 근로시간 중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더했을 때 12시간을 초과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초로 ‘1주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처럼 1주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1일 연장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게 되면서 앞으로 노사 모두 혼란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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