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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대리 민원’ 넣었던 방심위 직원 파면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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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관련 민원을 제기한 ‘민원신청 사주’ 정황이 드러났다. 의혹이 제기되자 그간 녹취록 인용 매체에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심의위 의결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으로 해촉된 방통심의위원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민원신청 사주’ 파문으로 파면된 방통심의위 팀장 등에 비춰봤을 때 류희림 위원장 사퇴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 10월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신문협회와 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인터넷신문협회
▲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 10월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신문협회와 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인터넷신문협회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류희림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녹취록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서가 제출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엄중 조치’를 예고한 이후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KBS, MBC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기까지 관련 방송에 대한 민원인은 60여 명 민원 건수는 160여 건인데, 이 중 지난 9월4일부터 9월7일까지 제기된 40여 명(100여 건)의 민원인이 위원장과 직간접적인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류 위원장 가족부터 전 직장 동료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동원됐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민원인 추정 현황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 아들, 동생, 조카, 처제 등 가족·가족 주변인·친인척 등 10명이 각각 1건에서 4건의 민원을 넣었고 류희림 위원장이 몸 담았던 경주엑스포 직원, 미디어연대 임원, KBS 입사 동기 등까지 합치면 이해관계자들이 수십명에 달한다. 많게는 한 사람이 6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의 관심사” 주장하며 뉴스타파 긴급심의 강행했는데…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이번 의혹으로 방통심의위 의결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9월 뉴스타파 인용 매체 긴급심의를 제안하며 ‘국민의 관심사’라는 이유를 들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지난 9월5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뉴스타파 건을 이태원 참사 때처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즉시 심의해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 사항”이라고 했다.

당시 김유진 위원(문재인대통령 추천)이 긴급심의 채택 기준이 주관적이라며 반발했지만 황성욱 당시 방송소위원장 직무대행은 여권 위원 두 명 과반수로 긴급심의 안건을 상정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MBC, KBS, YTN, JTBC 등에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 ‘과징금’을 잇따라 내렸다.

과거 ‘정치심의’ 비판을 받았던 방통심의위 의결이 ‘표현의 자유’, ‘최소 심의 원칙’ 등을 이유로 재판에서 제재 취소된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은 회의 개의 정족수를 이유로 관련 심의를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방송사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방통심의위, 소송 완패 8건 중 6건 ‘정치심의’였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심의 주체자가 미리 처벌의 방향을 정해놓고 누군가를 동원했다면 이해충돌일뿐더러 권한 남용”이라고 말했다.

‘민원사주’ 개입 직원 파면, ‘이해충돌’로 위원 해촉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여권 방통심의위원이 해촉된 사례가 최근 발생한 점에 비춰보면 류희림 위원장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지난 8월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을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으로 권익위에 고발한 사례가 있다. 공언련은 변호사인 정 위원이 MBC 관련 사건을 수임하던 기간 중 30건의 MBC 및 관계사 심의에 참여했고 28건에 ‘솜방망이’로 여겨질 수 있는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지난 9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며 “방송심의 관련 회의에 신고 회피 의무 이행 없이 심의·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은 당시 “변호사로서 담당했거나 담당하고 있는 언론 사건이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는 경우, 예외 없이 회의에서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 尹대통령 정민영 위원 해촉…여권 다수로 역전된 방통심의위]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2018년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2018년 방송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2011년~2017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심의위 간부가 위원장과 부위원장 지시를 받고 제3자 명의를 동원해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심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팀장이 ‘파면’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8년 방통심의위 업무감사 결과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제3자 명의를 통해 대리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33건(법정제재 19건, 행정지도 14건)에 실제로 제재가 내려졌다.

당시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김아무개 전 팀장과 권혁부 전 방통심의위 부위원장 간 통화 녹취가 포함된 감사자료에는 김 전 팀장이 권혁부 부위원장에게 과거 청부심의를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권혁부 전 부위원장이 긍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의도를 갖고 ‘셀프민원’을 넣었다는 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반복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미디어위원회 위원장 김성순 변호사는 통화에서 “이명박·박근혜 때 ‘청부심의’ 논란과 유사해 보인다”며 “방통심의위 내부 사람이 민원을 넣었다가 걸린 사례가 있으니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친인척과 지인들이 ‘류희림’이라는 사람과 동일인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지, 그 관계에서 민원을 공모해서 넣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추후 쟁점”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신고자는 정황상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사무처 팀장이 지난 9월14일 류 위원장에게 위원장 가족으로 추정되는 A씨의 민원신청 현황을 보고했는데 사적 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신고하고 서면으로 회피를 신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9월18일 A씨의 민원은 설명 없이 단순 취하됐다.

김 변호사는 “아는 사람이 넣은 민원이라는 걸 알면 심의에서 빠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민원을 취소했다. 가족과 관련된 민원이라는 것은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게 보이지만 다른 지인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도 위원장이 얼마나 알고 있었을지를 권익위 조사에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익위 조사와는 무관하게 배후세력으로 순수하지 않은 여론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위헌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익위 신고서에 따르면 신고자는 정민영 전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과 2018년 청부심의 논란을 언급하며 “피신고자 류희림은 상기 과거 심의사례에 대한 성찰 없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자를 통한 ‘셀프 민원’ 내지는 ‘민원 사주’를 묵인함으로써 불공정한 심의를 하였다고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유출” 프레임 전환 나선 국민의힘, 사측은 신고자 색출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고민정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고민정 의원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가짜뉴스 때리기’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류 위원장의 해촉과 진상조사를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방심위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은 명백한 공익 침해 제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6일 “민간독립기구 방심위를 용산 대통령실 ‘청부 심의기관’으로 전락 시켜온 류희림 위원장이 용산의 뜻대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청부 민원’을 제기하고, ‘셀프 심의’에 나서 방송사에 무더기 징계를 내린 것으로 심각한 이해 충돌”이라고 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왼쪽)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왼쪽)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26일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성명불상의 방통심의위 직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며 “변호사를 통해 권익위에 공익신고서를 접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해서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범죄 혐의가 소멸될 수 없다”고 했다.

방통심의위 측은 관련 보도 이후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사실 공개가 ‘제2의 허위조작 녹취록 사태’라며 언론에 인용 금지를 요구했다. 방통심의위는 “민원인 개인정보는 법적 보호대상으로 범죄행위를 ‘공익신고’로 포장 불가하다”며 “불법유출된 정보에 근거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 하거나 이를 확인 없이 인용 보도하는 행위는 제2의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과 인용보도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노조는 방통심의위가 특별감사 등 공익제보자 색출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직원을 향한 명분 없는 특별감사로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히려 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 위원회가 우선해야 할 것은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 심의 체계를 모독한 위원장의 의혹에 대한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일 것”이라고 했다.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 3인(옥시찬·윤성옥·김유진) 역시 26일 입장문을 내고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 방안 마련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 △공익제보자에 대한 월권적이며 부당한 탄압을 당장 중단 △류희림 위원장 사죄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사들에 민원보도 관련 인용을 금지하는 보도자료를 낸 방통심의위에 “언론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고, 방심위 조직을 사적으로 악용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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