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악의 출산율…50년 뒤엔 전체 인구 절반 ‘환갑 이상’
GDP 줄고 사회안전망은 ‘지속가능성 위기’…학생·군인도 부족
정부, ‘특단 대책’ 강조…난임지원·육아휴직 확대안 등 나올듯
인구 거버넌스 개편 논의 예상…’인구영향평가’, ‘인구특별회계’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추락하기만 하는 출산율에 날개가 달릴 수 있을까?
한국의 인구 감소가 ‘중세 유럽의 흑사병’을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새해에는 출산율 반등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연초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년) 수정안을 발표하며 출산율을 끌어올릴 새로운 대책을 준비 중이다. 기업 등 민간에서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 국방 등 사회 전반의 위험으로 성큼 다가온 만큼, 분야별 해법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 ‘역대 최악’ 경신 중인 출산율…’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넘쳐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작년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홍콩(0.77 명)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꼴찌에서 2번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가량 지난 2072년에는 작년말 말 기준 5천144만명이던 인구가 3천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은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 ‘노인 국가’가 된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흑사병’에 비교하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인구위기, 이젠 실존하는 ‘공포’…학생·군인 부족, 경제 뒷걸음질
저출산은 생산성 하락과 경제규모 축소로 이어진다. 인구위기가 실존하는 공포가 돼가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34.75% 줄어들면서 한국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28.38%나 감소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등 사회안전망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급자가 증가하고 기대여명이 늘어나지만, 보험료를 낼 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이니 지속 가능성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신생아 수가 줄어든 만큼 군입대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06년 54만명이던 군 병력(육군 기준)은 올해 36만5천명까지 줄었고, 머지않아 30만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줄어든 인구로 존폐 위기에 처하는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생인 내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생존을 위해 다른 대학과의 통합을 도모해야 할 처지의 대학들이 늘고 있다.
◇ ‘저출산 탈출’ 원년 될까…연초 정부 저출산 대책 주목
정부의 새로운 저출산 대책은 내년 1분기 발표할 예정인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의 수정판에 담길 전망이다.
핵심정책 중 하나는 난임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기준을 폐지하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인데, 난자 동결 혹은 해동 비용도 전향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육아휴직의 실질적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늘려 출산·육아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현재 150만원)을 2배 혹은 최저임금(내년 206만740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정부 내에서는 아예 육아휴직을 의무화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과제를 제시할 계획”이라며 “출산과 양육 지원을 비롯해 주거·일자리, 사교육, 수도권 집중 등 사회경제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까지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특단 대책’ 찾을까…거버넌스 개편·인구영향평가 도입 주목
저출산의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정부 인구정책의 거버넌스 틀을 바꾸거나 사회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제도를 도입하는 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서는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정책 외에도 여러 분야를 담당하는 복지부와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는 지금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규제영향평가처럼 법령과 정책 수립시 인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인구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이나,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정책 예산을 별도로 계상해 인구정책 목표와 관련 사업 간 연계성을 강화하도록 ‘인구특별회계’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가 구인난과 소비자 감소 등 기업의 미래에 직결된 상황인 만큼 새해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기관인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최근 출산율 제고를 위해 기업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출산율이 높은 친가족 기업에 파격 인센티브를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평가모니터링센터장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처럼 인구정책과 관련한 세입과 세출을 정해놓고 이 부분 예산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인구특별회계’ 도입 여부를 논의할 때가 됐다”며 “저고위 중심 체제에 한계가 명확하므로, 내년 총선 후 인구정책 거버넌스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가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결단이 필요하다”며 “특단의 조치나 특단의 사업 차원을 넘어 특단의 ‘정치적 결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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