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 차림으로 울고 있는 네 살 아이를 보호하고 부모에게 무사히 돌려보낸 아파트 주민의 사연이 전해지며 감동을 자아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소식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가 전한 내용을 보면, 그의 부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새벽 집에 들어오는 길에 내복 차림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당시 온도가 영하로 떨어질 정도로 한파가 찾아온 상태였기에, 아이가 추울까 걱정한 이들은 일단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A씨는 “새벽 시간이라 경비실도 전화를 받지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아이가 집에 들어와서는 울지도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리있게 설명했다”라며 “네 살이었는데 참 똑똑한 아이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서에 전화한 끝에 아이의 어머님과 연락이 닿았다”면서 “곧바로 아이의 부모가 집으로 오셔서 아이를 데려갔다. 잘 해결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날이 밝자, 아이의 부모는 A씨의 집을 다시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며 카드와 케이크를 선물로 건넸다.
A씨가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아이가 추운 겨울밤 혼자 집을 나간 사실을 알고 저희 가족이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는지 모른다”며 “이웃님께서 아이를 발견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신 덕분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그 끔찍한 시간이 지금은 따뜻한 추억으로 변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크리스마스가 올 때마다 오늘을 떠올리며 이웃님께 감사의 마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내 일처럼 함께 아이를 찾아준 이웃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모의 편지 옆에는 아이가 그린 그림이 자리했다. A씨는 “요즘 같은 아파트 시대에는 옆집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데, 이런 계기로나마 같은 단지 내에 따뜻한 이웃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였다”고 전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훈훈한 글이다”, “그 가족에게는 (A씨가) 산타였을 것”, “크리스마스의 기적”, “아이를 맡아 준 것도, 고마움을 전하러 온 것도 모두 멋진 사람들, 저게 진정한 명품 아파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웃사촌도 다 옛말…10명 중 8명, 이웃과 교류 無
한편 지난 2022년도에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웃 및 동네(지역사회)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82.7%)이 이웃과 인사 이상의 교류를 나누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평소 이웃과 교류를 잘 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이웃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어서(58.6%) ▲굳이 교류를 하지 않아도 불편한 일이 없기 때문(50.8%) ▲이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져서(35.2%) ▲인사나 교류를 해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서(34.0%) 등의 순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56.9%는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이웃사촌의 의미는 유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1인 가구(75.0%)와 오피스텔 거주자(84.3%)일수록 이웃사촌의 의미를 더욱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우리 삶에서 이웃과의 원만한 관계가 중요한 편’이라는 질문에는 60.8%가 긍정했고, 이웃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기꺼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응답은 86.2%로 나타났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