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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올해 AI 테마주·美 국채 공매도 ‘대박’…日 증시 부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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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욕증시는 연초 예상을 깨고 랠리를 펼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연초 월가는 올해 S&P500 지수가 4031에 도달, 연간 상승률이 5%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었다(마켓워치 집계 투자은행 18곳 전망치 평균). 현재 S&P500 지수는 4755다(22일 기준). 올 들어 상승률은 23.8%에 달한다. S&P500 지수 연평균 수익률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연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상업용 부동산 붕괴 조짐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테크주가 선방하며 미 증시 랠리를 견인했다. 인공지능(AI) 돌풍을 비롯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달궜던 주요 투자 이슈를 살펴본다.

AI 열풍에 테크주 랠리…엔비디아 234% 상승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 7곳이 주도했다. 매그니피센트 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를 뜻한다. 특히 지난해 말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 돌풍으로 AI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AI 기업에 대한 기대감,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기반이 됐다.

엔비디아가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엔비디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234.1%다(22일 기준).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인 23.8%를 10배가량 웃돈다. 다음으로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193.7%로 높았고 뒤를 이어 테슬라 105%, 아마존 82.6%, 알파벳 60.4% 순이었다. 오픈AI 최대 주주로 챗GPT 돌풍의 수혜를 누렸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56.2%, 애플은 49% 뛰었다.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S&P500 지수에서 이들 7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확대됐다. 사상 최대 비중이다. 탄탄한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7개 기업의 올해 3분기 이익은 99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0배 수준으로 연초 21배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들 7개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올해 3분기 52.7%로 정점을 찍은 후 4분기 46.2%, 내년 1분기 31.9%, 2분기 20.9%, 3분기 10.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美 국채 금리 5% 돌파…‘리틀 버핏’ 빌 애크먼, 공매도 대박

채권 금리 급등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10월 5%를 돌파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 정부의 재정적자, 국채 발행 급증이 겹치면서 8월 말 4.1%선이던 금리는 9월 말 4.57%선까지 올랐다. 이후 10월23일에는 5.02%까지 금리가 치솟았다.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공포에 빠졌다. 지난 3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SVB 파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SVB는 채권 가격 하락기에 예금 반환을 위해 손실을 보고 국채를 매각하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직면해 끝내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미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뒀다. 애크먼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장기 국채가 과매수됐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 국채 공매도 사실을 공개했다. 그가 공매도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8월초 4.1%선에서 10월 말 5%선까지 올랐다. 애크먼 회장이 미 국채 공매도로 손에 쥔 이익은 2억달러로 전해졌다. 그는 2021년 말에도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국채 가격 하락에 집중 베팅해 지난해 23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9%선으로 안정됐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Fed가 내년 피벗(pivot·방향전환)을 예고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번진 여파다. 앞서 Fed는 이달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며 점도표상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6%까지 낮췄다.

‘잃어버린 30년 탈출’…슈퍼 엔저에 日 증시 부활

올해 일본 증시는 엔저 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올린 수출기업 중심으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 225 지수는 올 들어 27.1% 뛰었고, 토픽스 지수는 23.5% 올랐다. 닛케이 225 지수가 현재 3만3169.05에서 17.3% 더 오르면 버블경제의 고점이었던 1989년 12월 기록(3만8915)을 돌파하게 된다.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해 반전 드라마를 쓰게 된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슈퍼 엔저, 관광객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 투자 확대도 일본 증시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 측면도 있다.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는 올 들어 주가가 38.8% 치솟았다.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2조5592억엔으로 1년 전의 두 배로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기업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4조5000억엔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엔화 약세, 공급망 회복, 가격 인상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다. 도요타와 함께 일본 완성차 업체 빅3인 혼다, 닛산도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에 이익이 확대됐다. 이들 회사 주가는 올해 각각 33.8%, 35.2% 뛰었다.

아울러 엔저로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난 데다,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한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일본 증시 랠리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Fed가 내년 금리 인하에 나서고, BOJ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종료할 경우 슈퍼 엔저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이 엔저를 동력으로 하는 만큼 향후 엔화 상승 시 실적 성장세는 둔화될 수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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