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총노동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에 8시간 넘는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넘어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연장근로로 합산한 정부 해석을 뒤집는 판단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허물었다’는 비판이 26일 아침신문 기사와 사설에 올랐다. 일부 보수신문은 기업 관점의 사설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이아무개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7일 파기환송했다. 이씨는 2013년 9월부터 약 3년간 근무하다 2016년 11월 사망한 노동자 B씨에게 연장근로수당 약 49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연장근로 한도를 총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B씨가 일주일에 사나흘간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저녁 8시를 넘긴 시간에 퇴근하는 식으로 3년간 총 130주에 걸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했다며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했다.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였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일주일간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당사자 간 합의 시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1일 단위로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1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행정해석해왔다. 신문들에 따르면 재판부 해석은 사건마다 달랐는데, 일일 8시간 근무 규정을 따르는 경우와, 주 단위로 총 노동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해야만 연장근로로 치는 경우로 갈렸다.
한국일보는 이렇게 예를 들었다. “월·수·금요일에 각각 14시간씩 일하고 화·목요일엔 쉬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주(週) 단위로 계산하면 그의 근무시간은 주 42시간이라 주 52시간 이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日) 단위로 계산하면 하루 8시간 근무 초과분 합산이 18시간(6시간씩 3일)에 달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계산방식대로라면 주 52시간 이내만 준수하면 연속 ‘밤샘노동’도 위법하지 않단 논리가 성립한다”고 했다. “당분간 대법원 해석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 최장 21.5시간 노동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대법원이 과로사 등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집중근로 우회로를 뚫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법 위반 아닌 과로산재 늘 것” 우려…중앙 “유연한 판결 환영”
한겨레는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 생산직 등의 장시간 집중노동으로 ‘돌발 과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우려를 전했다. “노동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 등을 통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에서 64시간으로 늘린 뒤 이 한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 인가 등을 거치지 않아도 주 52시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최장 21.5시간(24시간 중 휴게시간 제외)으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란 것이다.
한겨레는 “하루 21.5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쉬는 극단적인 노동이 가능한 만큼 과로 산재가 늘 수 있다”며 “법적으로 연장근로 시간 위반이 아닌데도 과로 산재로는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 말을 전했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단에 맞추어 연장근로시간 계산 지침(행정해석)을 변경할지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행정해석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라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노동자에겐 불리할 수 있어 고심이 크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연장근로 한도를 유연성 있게 봤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현행 ‘주52시간제’ 개편안과 어느정도 결을 같이 한다”며 “정부는 ‘주52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유연화를 인정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지난달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은 근무방식을 “유연하게 허용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대법원이 먼저 제동 걸었다>에서 “기업에 근무 형태의 선택 폭을 넓혀준 첫 판례”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2~3일 집중적으로 코딩하고 나머지 4~5일을 쉬는 형태가 폭넓게 허용된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단위로 연장근로 계산하는 것까지 월이나 분기 단위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시대상에도 맞지 않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했다. “하루 8시간 근무는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 출범 당시 1호 협약일 정도로 기본 근로조건”이라며 “이번 판결은 역사를 어디까지 뒤로 돌려놓는 것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남미를 제외하면 최장인 한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저출생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과도 동떨어졌다”고 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뇌관 ‘조건부 수용도 불가’
정치권 뇌관으로 떠오른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도 이날 아침신문의 주요 주제였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총선용 흠집내기’로 규정하면서 거부권 행사 뜻을 시사했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조건부 수용 불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1면에서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성탄절인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조건부 수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고,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인 24일 KBS에 출연해 대장동 50억원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을 겨냥해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니냐는 생각을 (대통령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25일 여권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문제 조항 제거 뒤 총선 뒤 특검 추진’ 등 야당과 협상론이 나온 데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여권 일각의) 총선 뒤 특검법 추진은 검토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특검법 처리 방향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대통령실과 당 사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로 꼽힌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문제는 여론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는 60%를 웃돌고 있다.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이 더 많아진 탓”이라고 했다.
한동훈 ‘독소조항’ 주장 ‘팩트체크’
“한동훈이 참여한 특검때도 포함”
몇몇 신문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둘러싼 주장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보도’를 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도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12개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비교한 보도를 1면에 냈다. “김건희 특검법은 의혹 크기에 비해 과도한 수사가 가능하게끔 규정된 측면이 있었다. 예컨대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항목 숫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수사인력 규모나 수사기간은 거의 동일하게 규정돼 있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또 “다른 특검법에 비해 현저히 이례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인지사건 수사, 언론 브리핑의 허용 등 조항은 과거 국회를 통과한 다른 특검법에서도 발견됐다”며 “특검추천 주체에 여당을 배제한 것 역시 과거 다른 특검법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 전 장관의 ‘악법’ 주장과 여당의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을 검증했다.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만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으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법 통과 시점을 특정했다는 주장 등을 따졌다. 그 결과 “한 전 장관과 여당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 수사 상황 생중계 등의 조항을 포함했고, 특검법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권 당시 탈탈 털어 수사해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에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도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이후 국회법에 따라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며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과 수사 상황 생중계 등을 포함한 데다, 이번 법안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진 것이다. 때문에 ‘법 앞에 예외 없다’던 한 위원장의 기존 발언들이 ‘내로남불’로 비판받는 것”이라고 했다.
류희림 ‘민원 사주 의혹’ 권익위에 신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익명의 신고자는 지난 23일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했다. 류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 심의에 참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방통심의위는 해당 민원을 근거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긴급 심의에 올렸고 지난 11월 KBS, MBC, JTBC 등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했다.
보도에 나온 신고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4~6일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넣은 민원은 10건이다. 신고자는 이 중 7건은 가족 2명이, 3건은 류 위원장이 방심위원장이 되기 전 일한 미디어연대의 대표가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족 추정 인물이 넣은 MBC, JTBC, KBS에 대한 민원 4건은 심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을 때에는 전화번호로 실명인증해야 한다.
신고자는 지상파방송팀 직원이 지난 9월27일 방통심의위 내부 게시판에 류 위원장를 향해 사적 이해관계자 민원이 포함된 방송 심의에 문제 제기하는 글을 올렸지만 류 위원장은 사무처 부속실장을 통해 직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60여명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 보도 인용보도’에 민원 160여건을 냈는데 이 중 40여명이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된다고 했다.
방심위는 2018년엔 전 방통심의위원장과 부위원장 지시로 2011~2017년 친인척 명의로 민원신청한 방송심의기획팀장을 파면했다. 류 위원장은 25일 경향신문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입장은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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