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가천대 교수 “유료 가입자 증가 가능성 거의 없어”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유료화 전략이 역설적인 선택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23일 ‘플랫폼의 생각법’의 저자인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콘텐츠 발행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에 게시한 글을 통해 “메타의 유료 요금제 도입은 실질적인 유료 가입자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메타는 지난달부터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해 광고가 없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광고 없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고, 이들의 데이터는 광고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메타는 설명했다.
서비스 요금은 웹사이트 기준 월 9.99유로(약 1만5천원), 스마트폰 기준 월 12.99유로(약 1만9천원)다.
지난 20년간 기업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SNS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했던 메타가 갑자기 유료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메타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지난 5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메타에 12억달러(약 1조6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벌금 부과의 가장 큰 근거는 메타가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빼낼 때 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메타는 즉각 항소하면서 개인정보가 플랫폼에 축적되기를 원치 않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차원에서 유료화 상품 전략을 내세웠다.
이 교수는 “이 사실만으로 아일랜드에서 부과된 벌금의 항소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 보인다”면서도 이 전략이 매우 역설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메타의 정체성을 ‘SNS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람의 연결 위에 정보의 연결, 콘텐츠의 연결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가장 핵심적 서비스는 모인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스 피드’라며 “사용자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메타의 생존을 위한 근간”이라고 했다.
이어 메타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과 개인정보 보호의 양립은 어렵다면서 “SNS 기반 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바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용자의 메타 플랫폼 유료 상품 가입에 대해 “연결이 가장 중요한 SNS 플랫폼을 일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침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SNS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유료 상품 가입이 곧 사용 중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결을 원하는 사용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에 메타는 주저 없이 유료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유료 가입자가 필요했다면 (메타가) 한 달에 (최대) 13유로라는 높은 수치를 설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했다.
redflag@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