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은 70대가 되면 대부분의 남성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젊다고 방치할 시 더 큰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2년 89만여명에서 2021년 135만여명으로 10년 새 34%가량 늘었다. 50대 이상이 90%로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증가율을 살펴보면 젊은 층 환자가 눈에 띄게 느는 모습이다. 20대 환자 수는 2012년 1317명에서 2021년 2811명으로 약 53% 늘었고, 30대 역시 9215명에서 1만2332명으로 약 25% 늘었다.
이장희 인천힘찬종합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은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원인이 노화인데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가 좁아져 소변을 보기 어려운 증상을 겪기 쉽다”며 “최근 음주, 비만, 스트레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젊은 남성에서도 유병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장기로 방광 아래 위치해 정액을 만들고 이를 저장했다 외부로 전달하는 기능을 맡는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서 소변이 나오는 요로를 압박해 나타나는 배뇨 질환이다. 특히 겨울철에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온이 낮아지면 전립선 근육이 수축하면서 요도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지난해 1년 중 11월과 12월의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비대증의 원인은 주로 노화로 인한 전립선 조직의 비정상적 커짐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환경, 운동 부족, 과도한 음주와 흡연, 약물 복용,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위험인자로 인해 최근에는 젊은 층의 발병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수도꼭지가 막히듯 소변을 원활히 보기 힘들어진다. 또 소변의 배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소변 줄기도 가늘어진다. 소변을 다 본 후에도 잔뇨감이 들 수 있고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지만 잘 나오지 않아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중장년층 남성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젊은 남성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전립선 비대증을 오랜 기간 방치할 경우 소변을 못 보는 급성 요폐 증상이나 요로 감염, 방광 내 결석, 신장 기능 손상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배뇨장애가 일시적이지 않고 빈번히 발생한다면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립선 비대증의 진단 방법은 다양하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직접 전립선을 만져보면서 진단하는 직장 수지 검사와 항문으로 초음파 탐침을 삽입해 전립선을 관찰하는 경직장 초음파 검사가 대표적이다.
치료는 환자의 배뇨장애 정도, 감염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초기에는 일정 기간 경과를 관찰하며 좌욕, 수분 섭취량의 조절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이장희 인천힘찬종합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은 “전립선 비대증은 소변을 보려고 하면 소변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총 배뇨 시간이 길어지는 하부요로 폐색 증상을 나타낸다”며 “배뇨 간격이 짧아지고, 밤에 소변이 마려워서 깨어나는 증상, 소변을 다 본 뒤에도 잔뇨감이 드는 증상이 있다면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치료에 대해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 소변을 보는 속도인 오줌 속도와 잔뇨량을 개선하고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방법으로 약물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약물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내시경을 활용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줄여주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소변을 보지 못하는 요폐가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반복적인 요로감염이나 혈뇨가 관찰되거나 방광 결석이 발생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 외에도 생활 속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만큼 젊은 남성들도 평소 경각심을 가지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는 육류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게 좋고, 과도한 음주는 방광을 자극하고 전립선을 수축해 배뇨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좌욕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몸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는 내복 등을 착용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이 외에도 오줌을 오랫동안 참거나 잠들기 바로 전 물을 마시는 습관 등은 피해야 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