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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국민배우 두둔한 마크롱…”시대착오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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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종 성 추문으로 비판받는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를 두둔하고 나섰다가 진보 진영과 여성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드파르디외가 프랑스의 수치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드파르디외의 열렬한 팬”이라며 “위대한 배우이자 천재적 예술가이며 프랑스를 전 세계에 알린 인물로, 그는 프랑스를 자랑스럽게 한다”고 감쌌다. 최근 드파르디외를 겨냥한 ‘인간 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며 “누군가를 고발할 수 있고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단지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계속 일하며 창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리마 압둘 말라크 문화부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상훈국이 드파르디외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말라크 장관이 다소 앞서 나갔다”며 “레지옹도뇌르 훈장은 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훈장을 박탈하는 것도 신고에 근거해서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좌파와 여성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녹색당 상드린 루소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과 라디오 방송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열살짜리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자로 국가가 자랑스러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 재단의 안-세실 마일페 회장도 “대통령 발언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터무니없고 비열하며 시대착오적인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비판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내가 담당 장관이라면 오렐리앙 루소(전 보건부 장관)에 합류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적었다. 루소 전 장관은 이민법 개정안 가결에 반발해 전날 장관직을 사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비판에 나섰다.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드파르디외가 자랑스럽지 않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여성 폭력 문제를 자신의 임기 중 가장 큰 이슈로 꼽았는데 지금 그가 드파르디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라”고 지적했다.

드파르디외는 영화 ‘시라노’로 1990년 칸 영화제, 1991년 세라즈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국민배우다. 17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1996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8년 8월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여자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2020년 말 기소됐다. 이후부터 최근까지 드파르디외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배우의 폭로가 잇따랐다.

지난 7일에는 드파르디외가 2018년 북한 방문 시 여성 혐오와 음란 발언을 쏟아냈다는 고발 다큐멘터리가 프랑스 공영방송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그가 그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 행사에 초청받아 북한을 방문해 북한 여성 통역가에게 수시로 음담패설을 하고 10세 소녀를 대상으로 음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드파르디외에게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밝힌 이들만 16명에 이른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캐나다 퀘벡주는 드파르디외에게 2002년 수여한 퀘벡 명예훈장을 박탈했고, 파리 그레뱅 박물관은 드파르디외의 전신 밀랍 인형을 철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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