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총선용 개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이 전날(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남은 건 법무부 장관 후임과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도다. 앞선 개각에서 윤 대통령이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한 만큼, 집권 3년 차부터는 정책 추진 및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2일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연말 연초에 법무부 장관 후임 발표와 함께 고용부, 과기부 장관 등의 추가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장 공석 체제로 바뀐 법무부의 후임 인선이 가장 시급하지만 최근 (교체를) 빠르게 진행한 측면이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과 함께 추가 개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19개 부처 중 8개 부처장 교체 완료… 남은 인사도 모두 ‘전문가’ 거론
윤 대통령은 이달 들어 19개 부처 중 8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가보훈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를 발표한 데 이어 1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9일에는 외교부 장관 인사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총선을 넘어 집권 3년 차를 준비하는 대통령실의 복안이 담겼다. 순차적으로 지명한 8명의 장관 후보자의 경우 대부분 공직자·교수 등 전문가 출신으로 배치됐다. 특히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던 기획재정부(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중소벤처기업부(이영 장관 → 오영주 전 주베트남 대사), 국가보훈부(박민식 장관 →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국토교통부(원희룡 장관 →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외교부(박진 장관 →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 부처는 공직자·교수 출신 등 전문가로 교체됐다.
하마평이 돌고 있는 법무부 장관 후임, 차기 고용부·과기부 장관 후보자들 역시 모두 전문가 출신이다. 한 전 장관의 후임으로 길태기(65·사법연수원 15기)·박성재 전 서울고검장(60·사법연수원 17기), 이노공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 등 검찰과 법무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 등이 언급된다.
집권 3년 차 본격 준비… 실질적 정책 추진·이행 나서면서 문제점 따른 보완책 마련
윤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총선 인사를 당에 보내고 전문가를 배치해 집권 3년 차부터는 정책의 실질적 추진·이행·이에 따른 후속 점검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장관급 2명, 차관 12명 교체를 단행한 첫 개각 때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대거 투입해 국정에 윤심을 반영하고, 소위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는 데 목적을 뒀다면 이제는 정책의 정교함과 속도를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 “3대 개혁 등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더욱 집중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끌어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최근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민생 관련 법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도 ‘체감 가능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약 20년 전 서울시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됐으나 재개발 사업이 진척되지 않은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 현장을 점검하고 “도심에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진행한 주례회동에서도 “내년에는 경상수지, 성장, 고용, 물가 등 거시지표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이 경제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분발해달라”며 “청년, 취약계층의 주거, 교육, 복지에 대한 치밀한 지원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도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꺼냈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예고했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간병 문제’를 꺼내며 관계부처에 ‘간병 서비스 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이날 논의된 법안들 역시 산업은행법과 우주항공청법은 물론 요소수 사태 대처를 위한 ‘공급망 기본법’,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이 주를 이뤘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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