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은 한국 라면이 연간 수출액 10억달러를 정조준하고 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내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린 K-라면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라면이 내수용 산업이란 말도 이제 옛말이 됐다.
2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9077만달러(약 118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6611만 달러)보다 3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이 9000만 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연간 라면 수출액 최고치도 다시 쓰게 됐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8억7610만달러(약 1조141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수출액(7억6541만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라면 수출액은 올 들어 매달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월 6151만달러로 시작한 수출액은 2월 이후 7000만달러 수준으로 늘어났고, 하반기 들어선 월평균 8000만달러 이상으로 몸집을 불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9000만달러까지 넘어섰다. 2018년 4억1309만달러 수준이던 전체 수출액은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올해 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데는 K-콘텐츠 열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알려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시작으로 K-팝 스타들의 소셜미디어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라면을 먹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최대 수출액 경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K-라면의 수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삼양식품이다. 지난달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5963만달러(약 780억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수출액의 66%에 해당한다. 삼양식품은 매달 전체 수출시장 내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 4개 지역(서울 성북구·강원 원주시·전북 익산시·경남 밀양시)의 수출액을 합산해보면 올 1월 53%였던 비중은 6월 60%를 넘어 지난달 66%까지 높아졌다.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K-푸드 대표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은 58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고,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866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8%에 달한다. 수출 초기 아시아 지역 위주로 구성됐던 진출국도 현재는 미주·중동·유럽 등으로 확대됐다. 현지 영업 및 마케팅 강화하면서 전 지역에서 매출이 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창립 60년 만에 첫 매출 1조원 돌파도 확실시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6년 이후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090억원으로 불어났고, 영업이익은 253억원에서 904억원까지 늘었다. 삼양식품은 밀양 1공장 증설 1년 만인 지난 8월 밀양 2공장 증설을 발표하며 ‘물이 들어왔을 때 확실히 노를 젓겠다’는 방침이다. 수출 물량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분기에 수출용 불닭볶음면을 전담 생산하는 밀양 2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K-라면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K-푸드의 해외 진출이 아직 초입 단계인데다 글로벌 식품시장 전반에서 가성비 소비재에 대한 수요 확대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서 가성비 품목으로 소비 쏠림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식료품 카테고리에서 가장 금액 부담이 적은 라면 품목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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