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쥐가 들끓어 러시아군 사이에 ‘쥐 열병’이 퍼지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군사 당국이 주장했다.
“하르키우 전선 러시아군, 쥐 열병 앓아” 주장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이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에 겨울 의류 공급, 의료 지원 부족으로 인해 감염병이 퍼졌다고 주장했다고 이날 뉴스위크 등이 보도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러시아 병사가 감염됐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주장하는 감염병은 한타바이러스로 전염되는 유행성출혈열의 일종이다. 쥐가 옮기는 병원체와 직접 접촉하거나 쥐 배설물 등을 흡입하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통, 고열, 발진 등을 유발하고 전신성 출혈 등이 나타난다. 치사율은 2∼3%가량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현재 참호 생활을 하고 있어 위생 상태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겨울을 맞아 쥐 떼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참호로 모여 병원균이 확산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군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지휘부가 이를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 병사들의 불만은 사령부에 의해 무시됐다”며 “사령부는 이를 전투 작전 참여를 회피하는 또 다른 징후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역시 참호 생활을 하고 있어 유행성출혈열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행성출혈열’ 병원체 최초 발견은 한국
유행성출혈열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제3급 감염병이다. 한타바이러스를 최초 발견한 사람이 한국의 대표 의학자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였다. 그는 1976년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항체를 발견했다. 이후 발견 장소의 이름을 따 한타바이러스라고 불리게 됐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수천 명이 유행성출혈열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3200명도 이 병을 앓았다. 그는 1989년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1990년 국내 신약 1호 한타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노벨 생리학상 후보까지 거론됐던 그는 지난해 7월 별세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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