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강력범죄부터 천륜을 거스르는 가족 간 범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마약 사건까지 다양한 사건 사고로 얼룩진 해였다.
특히 신상 공개 대상 확대나 영아 살해·유기죄가 폐지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을 끌어낼 정도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여러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정부가 여러 사안에 대한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국민 불안 떨게 한 흉기 난동…신상 공개 확대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과 8월 비극적이고도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잇따랐다. 7월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번화가에서 조선(33)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숨지게 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2주 뒤인 8월3일에는 최원종(22)이 모닝 차량을 몰고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행인을 덮치고, 쇼핑몰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차량 돌진으로 60대 여성이 숨지고 5명이 다쳤고,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도 결국 사망했다. 쇼핑몰에서 최원종이 휘두른 흉기에도 9명이 다쳤다.
이어 8월17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재차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최윤종(30)은 너클을 양손에 착용한 채 한 여성을 주먹으로 때린 뒤 성폭행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동원한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범죄자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신상공개 대상과 범위도 넓어진다. 내년부터는 특정강력범죄(살인·존속살해, 강간·강제추행, 미성년자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한정됐던 신상 공개 대상 범죄가 내란·외환, 범죄단체조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관련 범죄 등으로 확대된다.
전수조사로 이어진 아동학대
지난 2월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등교하지 않던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부와 계모는 등교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학교 측에 홈스쿨링을 이유로 들었다. 이 사건은 교육부가 학교에서 출석 인정을 받지 않은 채 7일 이상 장기 결석한 학생 6871명을 전수 조사하는 도화선이 됐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 전국 곳곳에서 출생신고 되지 않은 ‘유령아동’ 관련 범죄가 이어지자 영아 살해·유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일반살인·유기죄 수준으로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태어나는 도중이나 태어난 직후 영아를 살해한 부모 등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 유기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1년 내내 계속된 마약범죄…경찰관도 마약 검사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범죄 중 하나는 마약이다. 배우 유아인이 대마초 흡연 등이 적발돼 2월부터 경찰서를 드나들었고, 10월엔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4월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필로폰이 섞인 음료가 배포돼 충격을 줬고, 최근에는 대학 캠퍼스에 마약 광고전단이 마구 뿌려지기도 했다.
8월에는 마약성 약물에 취한 ‘롤스로이스’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사망케 하는가 하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마약모임’에 참석한 경찰관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특히 경찰관이 마약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지자 경찰청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경찰청장을 비롯해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총경 등 경찰 고위직 전원과 경정 이하 계급 중 10%를 매년 추려 마약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바닥까지 추락한 교권…교사들 결집한 서이초 사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두고 동료 교사 등으로부터 학부모 ‘갑질’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에도 전국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잇따랐다.
이에 9월 전국 교원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직후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교권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결국 교육부가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인 8월23일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내놨고, 국회도 지난 9월21일 ‘교권보호 4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교원들의 절반 이상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하는 등 교원이 실감할 수 있는 교권보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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