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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의 등불”…39년 동네 지킨 약사 부고에 주민들 애도

연합뉴스 조회수  

약국 외벽에 포스트잇 메시지…”온 동네가 안타까워해”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아침 일찍 열고 밤늦게 닫아서 약국 간판이 이 동네의 등불 같은 존재였어요. 항상 아이들 데리고 가면 비타민 같은 것도 주시는 좋은 분이셨는데 안타깝습니다.”

서울에 첫 한파경보가 내린 21일 오후 찾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현약국은 텅 빈 내부와 꺼진 간판이 영업 종료를 알리고 있었다. 꺼진 ‘등불’에 어두워진 골목은 추위를 한껏 보태는 듯했지만 주민들이 약국 외관에 남긴 메모지에는 따스한 온기가 담겼다.

포털에 ’39년째 영업 중’이라고 소개된 이 약국의 약사 A씨는 최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동네의 등불’ 같은 약사의 부고가 최근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저마다 A씨 부부와의 기억을 담은 쪽지를 약국 앞에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연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저녁 동현약국 인근에서 만난 인근 이웃들은 A씨 부부를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추억했다.

약국 옆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68)씨는 “아주 친절하고 좋은 분이었다. 그래서 동네가 다 안타까워한다”고 했다.

이씨의 아들 최모(44)씨는 “오전 7시 출근길에 열어서 자정까지, 인근에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까지 365일 내내 문이 열렸다”며 “신혼부부들이 아기가 밤에 아플 때면 다들 이곳을 찾았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동현약국의 맞은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태우(44)씨는 이 약국과 약사 A씨 부부를 ‘동네의 등불’이었다고 표현했다.

처음 약국 문이 닫힌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는 김씨는 “늘 열리던 약국 문이 어느 날 닫히니깐 웬일인가 싶었다”며 “지나다니시는 분들도 어디 가셨냐고 많이들 물어봤는데 부고 소식이 들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불 꺼진 동현약국
불 꺼진 동현약국

[촬영 이율립]

동현약국 앞에 붙은 쪽지들에도 A씨 부부와 함께한 추억들이 가득 담겼다.

한 이웃은 “밤늦게도, 일요일에도 혹여나 동네에 아픈 사람이 있을까 문을 여신다고 들었다. 그렇게 따뜻하신 분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곁을 떠나 마음이 공허하다”고 적었다.

자신을 ‘소정’이라고 밝힌 한 어린이는 “항상 친절하시고 다정하셨던 약사 선생님을 기억하겠다”고 메모지에 남겼다.

이 약국의 사연은 인스타그램에서 웹툰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19일 키크니 작가 계정에는 ‘저희 동네에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약국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어느 날부터 문을 닫더니 한 달 넘게 닫혀 있던 약국에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닫는다’는 안내가 붙었다. 이내 약국에는 A씨의 부고 안내문이 붙었다.

이후 약국 앞을 오가는 이웃 주민들은 A씨에 대한 고마움과 명복을 비는 쪽지를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사연자는 “(A씨 부부가)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던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며 약국 앞에 붙은 쪽지들을 두고 “그동안 그분들께 받은 친절함과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고 했다.

A씨의 딸이라고 밝힌 B씨는 키크니 작가 게시물에 댓글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B씨는 “아버지는 폐동맥 혈전으로 수술을 받고 이후 대량 출혈로 인한 합병증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며 “동현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께 감사하다. 아버지께서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촬영 이율립]

2yulrip@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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