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 된 경남은행 간부가 1652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총 횡령액은 1437억원에서 3089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고급 빌라에 거주하면서 각종 명품을 구매하는 등 한 달에 7000만 원이 넘는 돈을 써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이희찬)는 21일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 165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횡령액이 1652억원 추가로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한국투자증권 직원 황모(52·구속기소)씨와 공모해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20차례에 걸쳐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228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등 계좌로 보낸 후 임의 사용했다.
앞서 2008년 7월∼2018년 9월에도 단독으로 같은 수법을 사용해 회삿돈 803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친구 황모씨와 함께 2008~2022년 부동산 PF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 문서를 작성해 관련 대출을 일으켜 대출금을 횡령했다.
또 시행사 요청에 따라 신탁회사 등이 경남은행 계좌에 대출원리금 상환자금을 입금하면, 출금전표를 위주해 인출 후 빼돌렸다.
두 사람은 횡령자금 3089억원 중 2711억원을 PF 대출자금 원리금을 갚는 돌려막기에 썼다. 이씨와 가족의 생활비에 쓰인 돈은 378억원에 달한다. 이씨와 가족은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각종 명품을 구입하는 등 생활비에만 117억 원을 사용했다. 부동산 구입에 83억 원, 골드바 등 은닉재산 구입에 156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유학비를 위해 14억 원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투자이민을 위해 해외업체에 7억 원을 예탁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경남은행이 고소한 후 수사에 착수했고 다음 달 도주한 이씨를 체포해 황씨와 함께 구속기소했다. 이후 방대한 계좌 주적, 압수 자료 분석, 시행사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경남은행 18개 PF 사업에서 308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이씨 가족, 자금세탁업자 등 8명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자금세탁 전과가 있던 친형 A씨는 이씨의 횡령 규모가 커져 혼자선 자금세탁을 하기 버거운 상황에 이르자, 전문 자금세탁업자를 소개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탁된 범죄수익은 골드바 구입에 쓰였고, 오피스텔 3곳에 분산·은닉됐다. 이씨의 아내는 횡령 범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액 일부인 4억 원을 인출해 주거지 내 김치냉장고 김치통에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 은신처에서 83억원 상당의 골드바 101개를 압수하는 등 현재까지 187억원의 범죄피해재산을 확보했다. 또 이씨의 골프회원권, 부동산 등 52억3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이씨가 자녀 유학비 등으로 해외에 송금한 돈 중 일부인 7억원을 추징보전해 동결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경제사범과 자금세탁업자의 불법적 공생관계를 확인하고 범죄수익 은닉 행태를 규명했다고 전했다. 또 불법 경제사범을 엄단하고 범죄수익환수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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