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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다 동료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 해야만 되겠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용기와 헌신’은 한 장관이 도전을 앞두고 밝혔던 일성에 꼭 포함됐던 키워드다.
한 장관은 지난해 4월13일 대통령 인수위 사무실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김오수 검찰총장보다 7기수나 낮은 데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나이가) 50이 다 됐고 공직생활만 20년 정도 했다. 기수 문화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엽적인 것이다.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와 헌신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도 용기와 헌신을 적었다.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묻자 “정의와 상식이라는 가치에 어울리는 법치주의 확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법무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자세와 법치주의를 굳건하게 지켜낼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5월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용기와 헌신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후 5월17일 법무부 장관 취임식 참석 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후 방명록에 “호국영령들의 용기와 헌신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같은 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정의와 법치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해 용기와 헌신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5월 ‘정의와 상식의 법치’ 그리고 ‘국민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법무행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출발을 함께 했다”며 “7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여러분의 용기와 헌신 덕분에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법무부 직원들을 치하했다. 지난 6월5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 입구에 세운 ‘교정공직자 충혼탑’ 제막식에서도 6·25 당시 순직 교도관들의 헌신과 용기에 의미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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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당 대표 역할인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과정이 없었던 점도 눈길을 끈다. 한 장관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권한대행은 한 장관이 수락하자마자 국회로 돌아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법무부 장관 이임식이 오후 5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원총회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고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공식화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一瀉千里), 속전속결(速戰速決)이다.
한 장관이 정치 입문 결단 후 곧장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데는 그동안 갖고 있던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해 8월 1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신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인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염두에 두고 있던 건 ‘큰 결정은 과감하고 심플하게 작은 결정은 부드러우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며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 패배시 윤석열 정부와 여권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가 결단한 이유로 보인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허먼 멜빌의 ‘모비딕’의 한 구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모비딕이라는 책, 허먼 멜빌의 책을 좋아한다”며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구절을 굉장히 좋아한다. 용기에 관해 쓴 말”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후 응원 편지를 보내준 초등학생에게 모비딕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출범한다. 윤 권한대행은 “연내 비대위 출범이 마무리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새해부터는 새 지도부가 당무를 끌고 당의 총선 전략이라든지 총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가동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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