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 거친 73년생 엘리트 검사…조국 수사 지휘하며 文정부 시절 좌천
尹정부 출범 이후 최측근 실세 부상…野 공세에 직설 화법 대응
측근 이미지 탈피·리더십 발휘가 과제…총선 결과에 정치적 운명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김철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50)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정치 무대 데뷔를 앞두게 됐다.
당 지지율 답보와 지도부 리더십 부재로 위기에 빠진 여당을 구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인 한 지명자가 급히 소방수로 투입된 것이다.
엘리트 특수부 검사이자 이른바 ‘스타 장관’의 삶을 살아오며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한 지명자가 이제는 집권 여당을 지휘하는 선장으로서 리더십과 정치력을 매 순간 평가받는 엄혹한 검증 무대에 올랐다.
◇ 검사 시절 尹 대통령과 호흡…文 정부 때 좌천 경험도
1973년생으로 강원도 출신인 한 지명자는 서울 현대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찰 주요 요직을 거친 ‘엘리트 검사’로 평가받는다.
한 지명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에서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 등을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윤 대통령과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인연을 맺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이후 꾸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자 한 지명자는 반부패·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검사를,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 한 장관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으며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한 지명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눈 밖에 나게 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한 지명자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2년여 간의 수사를 받았지만, 고난의 시기는 길지 않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 한 지명자는 첫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 韓의 촌철살인…野 “깃털같이 가볍다” 與 “의원 111명 합친 것보다 나아”
한 지명자는 검사 시절부터 직설적인 특유의 화법으로 주목받았다.
법무연수원에 좌천됐던 한 지명자는 2021년 1∼2월 언론인터뷰에서 “눈 한번 질끈 감고 조국 수사 덮었다면 계속 꽃길이었을 것”,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나를 쓰지 말았어야 한다”, “공직자가 쪽팔리게 살면 안 된다”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주로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는 데 초점을 뒀다.
취임 일성으로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2022년 5월 17일)이라 했고, 황운하 의원을 향해 “직업적 음모론자”(2022년 11월 7일), 최강욱 전 의원에게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2023년 11월 24일) 등의 공세적 발언을 내놨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표를 더 받는다고 죄가 없어지면 민주주의가 아니다”(2023년 1월 31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이러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2023년 2월 27일)라고 직격했다.
한 지명자는 본인 화법에 대한 지적에 대해 “여의도에서 300명만 쓰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 나는 나머지 5천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2023년 11월 21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한 지명자의 언행이 국무위원으로서 무게감이 없고, 국회를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며 “가볍기가 깃털 같다”, “조선 제1혀”라고 비판한다.
반면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특유의 논리와 언변으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한 지명자의 모습에 “공격력이 국민의힘 의원 111명을 합친 것보다 낫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 총선 결과에 달린 정치 운명
이달 초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한 지명자는 16%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19%)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 6월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에 처음 이름을 올린 한 지명자가 대야당 전투력을 발휘할수록 범여권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한 지명자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공세에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치밀한 논리로 대응하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단숨에 여당의 사령탑이 된 한 지명자에게 이번 총선은 정치 운명을 가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평가에서 탈피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국무위원 시절 굳어진 대야 공격수 이미지를 벗어나 중도층까지 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한 지명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만약 성공적인 비대위 운영으로 여당의 총선 승리를 끌어낸다면 한 지명자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여당의 위기 속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소하게 승리하더라도 한 지명자의 정치적 영향력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총선에서 제1당 탈환에 실패한다면 패배 책임은 오롯이 총선을 지휘한 한 지명자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실패한 정치인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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