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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떠도는 전두환 유해…고향 합천 안치 주장에 “어처구니 없다”

아시아경제 조회수  

영화 ‘서울의봄’ 흥행으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그의 유해를 경남 합천에 안장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한신 합천군의원은 21일 전 전 대통령의 유해를 합천으로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23일 타계한 후 2년째 영면할 곳을 찾지 못해 유해를 자택에 모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의 유해가 묻힐 곳을 찾지 못해 자택에 있다는 것은 가족사의 비극을 넘어 한때나마 자랑스럽게 여겼던 우리 합천의 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군의원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현재까지 갈 곳이 없어 자택에 유해가 있는 분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누가 뭐라 해도 전 전 대통령은 합천 출신 대통령이다. 출신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 문제에 대해 합천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어처구니없다”고 반발했다. 시민단체 ‘생명의 숲 되찾기 경남 합천군민 운동본부’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그렇게 전두환 유해가 연희동에 머물러 있는 게 못 참을 아픔이라면, 이 군의원 당신 집 마당에 거두기 바란다”며 “엉뚱하게 군수, 군의원, 합천군민에게 공을 돌리지 말라. 이분들이 당신처럼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어 “군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 자당을 욕보이지도 말고, 당신을 선출해준 군민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헛소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려둔다”고 강조했다.

합천군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전 전 대통령의 생가와 그의 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이 있다. 하지만 영화 ‘서울의 봄’ 흥행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공원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도 생겨났다. 군은 내년 상반기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군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전 대통령의 유해는 2년째 장지를 구하지 못하고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임시 보관 중이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그는 군사반란죄,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이달 초 유족이 경기 파주시에 유해를 안치하려고 했으나, 지역사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고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또 정치인으로서 전두환 유해 파주 안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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