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뒤 도주한 10대 커플이 엇갈린 결말을 맞았다.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가 적히는 낙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이 19일 저녁 체포한 범인의 정체는 10대 미성년자 커플이었다.
낙서한 임모(17)군과 공범 김모(16)양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SNS를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 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그 사람이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문구를 스프레이로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들은 범행 전 SNS를 통해 불상자로부터 각각 5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경복궁에 낙서 테러를 한 대가는 수백만 원이 아닌 인당 5만 원, 총 10만 원이었다. 범행 도구인 스프레이는 직접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임 군에게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해 지난 20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면 공범인 김 양은 임 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동일하게 복구 비용 배상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화재청은 구상권 청구를 고려해 투입된 인력의 인건비 등까지 비용 산정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낙서 테러 발생 직후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이 동원돼 화학 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복구 작업이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복구 비용도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물감이 석재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에서 장비 3대를 빌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비 대여 비용만 하루에 약 45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약품비와 인력 비용 등을 합치면 복구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복구 비용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를 고민 중인 상황이다.
낙서범이 미성년자로 확인되면서 배상 책임을 당사자가 아닌 부모가 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판례에 따르면 통상 만 15세 이상부터는 책임 능력이 있다고 보지만, 부모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입증되면 부모도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현재 경찰은 경복궁 담벼락 최초 낙서범인 임 군과 2차 낙서범인 20대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또 10대 커플에게 낙서를 사주한 배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뉴스1에 “(10대 낙서범 커플에게 범행을 사주한 용의자의) 신원이 특정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온라인 사이트와의 연관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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