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내년 3월 관련 국비사업 계획…준비 태부족에 ‘주먹구구식’ 비판
청소년 활동예산 줄삭감 속 새로운 사업 “모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여성가족부가 내년 3월 국비를 들여 ‘은둔·고립 청소년 지원 사업’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작 지원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여가부는 국비 10억8천900만원을 투입해 내년 3∼12월 ‘은둔·고립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9∼19세의 학교 밖 청소년과 그 가족을 주 지원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지원 사업은 방문 지도사와 학습 교사가 직접 집을 찾아가 교육을 지원하고 심리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 시작까지 불과 석 달을 앞둔 시점이지만 여가부는 지원사업 대상인 은둔·고립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통상 실태조사를 통해 지원 대상과 그 범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수립·집행하는데 이런 일련의 사업 진행이 초반부터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은둔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힘들다”며 “내년에 실태 조사를 벌일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가부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보유한 학업 중단 청소년 정보를 토대로 실태를 파악하겠다고도 했으나, 사실상 이 부분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상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등학교ㆍ중학교 학업 중단 청소년의 경우 당사자의 사전 동의 절차 없이 개인정보가 지원센터로 자동 연계된다.
그러나 전체 학업 중단 학생의 절반에 이르는 고등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 아닌 탓에 동의를 얻어야만 정보가 센터로 연계된다.
이들의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관련 청소년지원센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 개정안은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대로라면 사실상 고교과정을 중단한 학생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여가부는 지원사업 현장에서 활동할 방문학습 교사와 상담사에 대한 채용 자격 요건, 운영 매뉴얼 등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투입될 방문학습 교사와 상담사에 대한 자격 요건은 지금 만들고 있다. 사업 예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사업에 참여한) 지자체에도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청소년 단체에서는 내년 청소년 활동 예산을 대거 삭감한 여가부가 새로운 청소년 지원사업에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가부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올해 본예산 기준 38억2천500만원으로 편성됐던 청소년활동 지원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청소년프로그램 공모사업 및 청소년어울림마당, 동아리 지원, 청소년활동 운영지원단 지원 등이다.
김기남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은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돕는 게 먼저”라며 “청소년이 다양한 이들과 어울리도록 한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게 바로 여가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은둔형 청소년이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정교하게 사업 수혜자를 조사한 뒤 사업을 구상하는 게 순서”라며 “현 정부 시류에 편승해 급히 마련된 ‘사업을 위한 사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도 “은둔 청소년이 증가하는 흐름에 관련 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처음 하는 사업인 만큼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와 논의해 사업 매뉴얼을 마련하고 상담사 등의 역량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토대로 연령대별, 성별, 지역별 등 세부 현황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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