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 중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전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로 순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대비 부유층 이민자들의 비율을 따지면, 이민자가 가장 많은 중국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자들의 ‘탈조선’ 행렬이 이어지는 주된 요인은 상속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상속세율(5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보다 훨씬 높은데다 상속 면제한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 투자이민 비용이 상속세보다 훨씬 덜 든다는 것이다.
한국 백만장자 800명 이민…인구대비 中보다 많아
CNN에 따르면 올해 6월 영국의 국제교류·이민관련 전문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가 공개한 ‘2023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순자산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의 국적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1만3500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도(6500명), 영국(3200명), 러시아(3000명), 브라질(1200명), 홍콩(1000명), 한국(800명) 등의 순이었다.
한국의 전체 순위는 7위로 나타났지만, 중국과 인구가 30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인구대비 많은 숫자의 부유층들이 해외 이민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잠시 주춤하던 전체 이민자 숫자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교부가 집계한 해외이주신고자 숫자는 2019년 4412명에서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941명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2021년 2015명, 지난해에는 2632명으로 계속 반등하고 있다.
이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하는 나라는 미국(47.9%), 캐나다(20.1%), 호주(8.0%)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영어권 국가라는 점과 함께 상속세율과 면세한도가 한국보다 크게 낮거나 아예 상속세가 없다는 것이다.
美 상속세 면세한도 300억…캐나다·뉴질랜드는 아예 상속세 없어
미국의 상속세율은 40%로 한국(50%)보다 상속세율이 낮은데다 면세한도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 미국은 부모 1인당 유산이 1170만달러(약 152억원), 부모합산으로는 2340만달러(약 304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세된다. 이에 비해 한국의 면세한도는 1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다음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이주하는 캐나다와 호주는 아예 상속세와 증여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캐나다의 경우 투자목적 부동산의 경우 상속시 매입시점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을 경우 이에 대한 소득세는 매겨진다. 거주목적으로 실거주 중인 부동산에는 이조차 과세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상속세율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서 한국의 일반 최고 상속세율(50%)는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 적용시에는 상속세율이 60%로 올라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 제도를 운용 중인 OECD 국가 평균치인 25%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美 투자이민 최소 10억, 캐나다·호주 등도 10억 이상 필요
이러한 높은 상속세율로 막대한 상속세를 물어야할 상황에 처한 부유층들이 상속세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투자이민에 나서면서 한국 부자들의 이민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이민국(USCIS)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이민 비자인 EB-5의 최소 투자기준은 80만달러(약 10억4000만원)다. 지난해 이민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50만달러에서 상향됐다. 미국 정부 규정에 맞춰 투자와 함께 현지 미국인 고용이 함께 이뤄지면 약 10~12개월정도 뒤에 투자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각국마다 최소 투자기준은 조금 상이하지만 대체로 1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120만캐나다달러(약 11억6000만원), 호주의 경우에는 150만호주달러(약 13억원)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투자이민의 경우 투자금 이외에 어학능력이나 다른 조건들이 부합해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어학능력이나 다른 조건들의 허들이 낮은 대신 다른 나라들에 비해 투자기준 금액이 크게 높은 편이다. 최소 투자금 500만 뉴질랜드달러(40억8000만원)가 필요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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