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부대를 격려하며 “적이 핵으로 우리를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 없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ICBM 발사와 관련된 유엔 안보리 소집에 “불쾌하다.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논의에 대해 즉각 대응 성격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은 ICBM 발사와 관련해 이같이 발언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군인들을 부른 자리에서 “우리 국가의 공격적인 대응 방식과 우리의 핵 전략 진화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번 군사 활동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 사수에 임하는 우리 무력의 충실성과 강경한 입장에 대한 과시”라고도 덧붙였다.
김정은 “나라의 존엄과 국권 수호, 국익 사수는 오직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확실하게 담보될 수 있다”며 “그 어떤 적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어떤 적이라도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능력과 임전태세를 갖추는 것이 곧 진정한 방위력이고 공고한 평화 수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사훈련에서 높은 기동성과 신속한 공격 능력을 보여준 중대의 전투력에 깊이 탄복하게 된다”고 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해당 부대가 언제든 핵전쟁 억제라는 자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전쟁 방지와 평화 수호의 성스러운 특명을 믿음직하게 관철해 나가리라는 기대를 표했다고 전했다.
김여정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감” “규탄” “불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성토했다. 김여정은 “안보리는 또다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반응을 촉발시킨 직접적 동기인 미국과 대한민국의 수사적, 행동적 도발은 배제·묵인한 채 우리의 자위권 행사만 문제시하는 회의 판을 벌여놨다”며 “유감스럽고 또 유감”이라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 ICBM 화성-18형을 발사했고, 안보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다음 날인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논의를 벌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대응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등 10개국은 이날 회의 개최에 앞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 등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규탄했다.
김여정은 “나는 안보리가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의 요구에 따라 공개회의를 소집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적 권리를 문제 삼아 토의에 상정시킨 것 자체를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안보리가 “미국과 대한민국의 무책임한 태도와 행동”에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국제사회도 한미를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여정은 “미국과 대한민국이 예고해둔 앞으로의 대조선(대북) 군사적 대결 각본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제하고 간주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주겠는지 적대 세력들은 지금부터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의 대응 조치에 새로운 도발로 맞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한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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