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반대와 만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입장은 여전히 신당 창당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이낙연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세력이 필요한데 현재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혼자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1월 15일까지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제3지대 연대’론을 꺼내 들고 있다. 당 안팎에서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것을 ‘집단린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신당 창당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 획기적 변화가 있으면 이재명 대표를 만날 수 있다면서 창당 반대 서명운동에 대해 “정풍운동 서명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주의 실천행동’을 이 전 대표 창당 조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천행동에는 신경민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병석 모색과대안 대표, 김효은 전 선대위 대변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예비 당원 1만명 이상 모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대해 민주당 내 누구와 상의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제3지대에서 창당을 추진하는 금태섭·양향자 대표 등과 이상민 무소속 의원 등을 만나거나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겠다는 둥 신당 창당의 애드벌룬만 띄우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심지어 비명계에서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당 성공 조건은
이낙연 신당의 성공 조건에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세력이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 것인지다. 강득구 의원 등은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신당 창당 반대 연서명을 받았고, 100여명이 훌쩍 넘었다. 민주당 의원 60% 이상은 신당 창당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신당 창당을 할 때 현역 의원이 필요한 이유는 투표용지 기호순을 정할 때 앞순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순서 배열은 현역 의원 숫자별로 순서를 정하고 의원이 없을 때는 가나다순으로 한다. 즉, 현역 의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앞순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역 의원이 필요하다.
또한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조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20명이 넘어가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서 그에 따라 국고보조금의 액수가 달라진다. 즉, 내년 총선에서 총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당 창당을 하면 현역 의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낙연 신당이 창당된다면 현역 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합류해야 한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낙연 신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당내 반발에 대해 ‘집단린치’라고 규정하면서 이 전 대표도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찮은 것도 현실이다.
힘 싣지 못하는 3총리 연대설
여기에 당초 예상했던 3총리 연대설에도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 연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전직 총리가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논리다. 하지만 두 전직 총리는 민주당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낙연 신당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그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하면 3총리 연대설도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게 내년 총선은 민주당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 특별당비까지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호남에서 과연 이낙연 신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를 지냈고, 호남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이런 이유로 이낙연 신당이 창당한다면 호남 중심의 정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호남 의원들의 호응이다. 반명 전선이 현재 형성돼 있지만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반명 전선은 아니다. 저마다 자신의 주장만 있을 뿐이지 하나의 구심점에서 뭉쳐나갈 생각이 없다. 게다가 호남 민심은 신당 창당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12월 둘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해 ‘좋게 본다’는 응답은 34%,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은 46%, 의견 유보는 20%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이 71%였다. ‘좋게 본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54%가 좋게 봤고 27%만 좋지 않게 봤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낙연 신당’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26%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부정적 응답은 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를 살펴보더라도 호남에서 이낙연 신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즉, 이낙연 신당의 고립은 상당히 커지고 있다.
이낙연의 무리수
이런 이유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도 자신의 신당 창당이 상당한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언론 인터뷰를 취소했다. 그러면서 1월 15일 창당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두 전직 총리의 회동을 살펴본 후에 앞으로 정치적 일정을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기존 신당 창당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꺼내든 것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일종의 카드가 아니었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이 대표를 압박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다만 정치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철회한다면 그만큼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왜냐하면 결국 친명계의 압박에 무릎을 꿇은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년 총선을 친명계에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친명계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친명계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이 전 대표는 대선 후보로도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며,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당 창당을 꺼내 들었다면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이낙연 신당 문제라는 패착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고 해도 미리 언급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 전 대표가 먼저 신당 창당에 대해 꺼내 들었다는 것 자체가 패착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되며, 그것은 결국 이 전 대표의 몰락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이 전 대표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이 전 대표에게는 남은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이렇게 일찍 꺼내든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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