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성 예산’ 끝장대치에 민생예산은 ‘졸속심사’ 지적
국회선진화법 이후 시한 준수는 두 번뿐…”심사 기간 대폭 확대” 지적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수연 기자 = 해마다 계속돼 온 예산안 늑장 처리가 올해도 되풀이됐다.
여야는 20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타결하고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법정시한(12월 2일)을 무려 19일 초과한 것이자, 3년 연속 지각 처리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한 후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극적인 합의 직후였던 데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듯 협상 지연의 책임을 상대에 넘기는 언급은 삼갔다.
‘예산안 수난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쟁점 예산을 둘러싼 여야 기 싸움에 실질적 협상은 법정 시한이 임박해서야 물살을 탔다. 여야의 벼락치기 협상에 ‘민생 예산’ 심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졸속 심사 우려도 잇따랐다.
과거 여야는 상습적인 늑장 처리를 막기 위해 2014년 국회법을 고쳐, 정부 예산안 자동 부의제도를 도입했지만, 고질병은 금세 도졌다.
첫해인 2014년과 2020년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한을 어긴 것이다. 지난해에는 법정시한보다 무려 22일 늦은 12월 24일이 돼서야 처리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올해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에 예산안 협상은 파행이 이어졌다.
법정시한을 흘려보내고도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연구개발(R&D)·새만금·지역화폐 등 쟁점 항목을 놓고 평행선만 달렸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예산안은 법정시한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도 훌쩍 넘겨서야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예산안 시즌만 되면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 습관성 ‘예산안 지각 처리’를 뿌리 뽑으려면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안 심사 착수 시점이라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정부 예산안은 매년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는데 ’10월 국정감사’ 탓에 본격적인 심사는 11월이 돼서야 본궤도에 올랐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을 정밀 심사하기 위한 올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 첫 회의는 지난달 13일이 돼서야 열렸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쟁점 예산에 목매다 시간을 허비하는 경향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며 “심사 시간을 대폭 늘리는 등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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