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하며 돈풀기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와 자금 유출을 염두에 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20일 공시를 통해 1년 만기 LPR을 3.45%로, 5년 만기 LPR을 4.20%로 각각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1일 LPR 1년 만기를 0.1% 포인트 인하하고 5년 만기는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한 이후, 9월부터 넉 달 연속 같은 수치를 유지한 것이다. 5년 만기의 경우 6개월째 고정돼 있다.
LPR은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해 산출한다. 현지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물 금리는 일반 대출,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최근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5% 하락하며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식품 물가는 0.4% 하락했지만, 식품 물가는 4.2%나 떨어졌다. 특히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돼지고기 가격이 31.8% 급락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3.0% 뒷걸음쳤다. 중국 PPI는 지난해 10월(-1.3%) 이후 1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최근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 가치와 자금 유출, 은행 건전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물가를 제외한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회복세를 보이자, 무리한 통화적 개입보다는 기존의 정책 효과를 지켜본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6.6% 증가하며 전망치(5.6%)와 전월치(4.6%)를 크게 웃돌았고,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해 지난 5월(12.7%) 이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한편, 앞서 인민은행의 왕이밍 금융정책위원회 위원은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물가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종료할 가능성이 커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봤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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