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사건 발생 약 90시간 만인 19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모두 10대로,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궁 담벼락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을 사주한 배후가 있는지 등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저녁 7시 8분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A군(17)을 체포하고 10여 분 뒤인 7시 25분쯤 B양(16)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0분쯤부터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좌·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주변에 스프레이로 낙서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영화 공짜’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낙서 문구는 총 44m에 달한다.
주범격인 A군은 직접 낙서를 반복적으로 적고, B양은 인근에서 인적이 오가는지 등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경찰청 담장에 낙서를 남긴 데 대해선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44분쯤엔 서울경찰청 동문 외벽에도 같은 내용으로 9m 길이의 낙서를 남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군 등이 도주한 경로를 분석했다. 이들은 경기 수원의 주거지 인근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인적이 드문 16일 오전 1시쯤 경복궁 인근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사이트는 범행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체포한 A군과 B양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공범과 배후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이들의 범행은 모방 범죄로도 번졌다. A군 등의 범행 다음날 두번째 낙서를 한 20대 남성 C씨는 전날 종로서에 자진 출석해 6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C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낙서 내용으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등을 적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정신질환 등 병력은 없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단순 모방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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