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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며 8년 독학한 자격증 고수 “최고 가성비는 전기 자격증”

서울경제 조회수  

김훈(43) 씨는 26살에 군대에서 제대한 후 상조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그의 직장 선택 기준은 ‘당장 다음 달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 적성이나 직업 안정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 후 5년 동안 위성방송 설치대리점, 보험 손해사정회사, 중소 제조업체 등으로 철새처럼 직장을 옮겼다. 당장의 월급은 해결했지만 5년 동안 이직을 5번 한 만큼 직장과 노후에 불안감이 자라났다. 32살, 그는 기술을 배우기로 다짐했다. 그 후 약 8년간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독학으로 국가기술자격증 10개를 취득했다.

국가기술자격 시험에서 50대 이상 응시 인원은 매년 증가추세다. 2012년 9만 5000명에서 지난해 25만 3000명으로 10년 사이 2.6배가 됐다. 기술만 있으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경력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독한 경험담을 <40대에 기술 배워서 70대까지 은퇴 걱정 없이 살기>란 책으로까지 펴낸 김훈 씨를 지난 16일 라이프점프가 만났다.

직장 다니며 8년 독학한 자격증 고수 '최고 가성비는 전기 자격증'
김훈 씨는 국가기술자격증 10개 취득 후 케이블TV 회사에서 기술직으로 전직했다./ 사진= 김훈

Q.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업무환경이 궁금합니다.

A. 저는 현재 KT계열사의 케이블 TV회사에서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본사 관리직이다 보니 제가 직접 수행하는 작업보다 협력업체에 위탁해서 진행하는 작업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작업을 계획하고 협력업체에 작업 지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자로서 기술적인 판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하죠.

제 업무 환경이나 일은 사무직에 가깝고, 출근복도 와이셔츠에 구두 차림입니다. 기술직이라고 해서 다 작업복 입고 안전화 신고 일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통신, 전기, 건설, 토목, 가스, 제조, 화학 등 기술 분야는 다양하고 각각의 현장마다 업무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화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Q.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습니까.

A. 전기 자격증과 정보통신기사, 방송통신기사, 산업안전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사무자동화산업기사, 통신선로기능사 등을 취득했습니다. 처음 자격증을 따기 시작할 때는 어떤 자격증이든 많이 따 놓으면 나중에 다 쓸모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회사에서 중간관리자의 위치에서 일해보니 단순히 자격증 종류가 많은 것보다 꼭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자격증 한두 개만 있는 게 더 낫겠더라고요. 사용하지도 않을 자격증을 자기만족 때문에 따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장 다니며 8년 독학한 자격증 고수 '최고 가성비는 전기 자격증'
김훈씨가 지난 10년 동안 취득한 자격증. / 사진 = 김훈

Q. 직장생활과 병행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A.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가정도 있어 시간 확보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저는 공부할 때는 회사의 공식 회식을 제외하고는 어떤 모임이나 술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꼭 가야 하는 공식 회식에서도 절대 과음하지 않았죠. 많이 마시면 2~3일 정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공부를 못 하게 되니까요.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도 공부에 활용했습니다. 출퇴근하면서는 공부와 관련된 녹음 파일을 듣고 다녔고, 점심 시간에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공부와 관련된 자료를 계속 봤습니다. 집에서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할 때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녹음 파일을 들었습니다. 퇴근하면 집안일부터 다 해놓고,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정도까지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날마다 그렇게 보내진 않았고, 1년에 4개월 정도만 공부에 집중한 것 같아요.

Q. 어떤 방식으로 독학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원, 학원 등에 다니기 어려워 독학을 택했습니다. 먼저 책으로 기본 이론을 공부하고, 인터넷에서 실무 자료를 찾아서 읽고, 마지막으로는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어서 시간이 없어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독학할 때는 공부 계획을 짜는 것부터 공부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합니다. 교육기관에서는 학습 계획도 다 짜주고, 강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 독학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짜야 하는 것이죠. 좋은 계획을 짜려면 미리 정보 수집을 많이 해야 합니다.

교육원에 다닐 시간이 있다면 교육원에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교육 목적과 커리큘럼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격증이나 수료증 취득이 목적인 건지, 실질적인 기술을 배우고 연마할 수 있는 건지 확인하면 좋습니다.

강사의 이력과 후기, 사후관리도 중요합니다. 교육원이 우후죽순으로 너무 많이 생겼는데, 질 낮은 교육을 하면서 수료증을 남발하고 정부 지원금만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무시험, 단기취득, 100% 보장’ 이런 홍보 문구가 있는 교육원도 제 경험상 별로 믿음이 안 갑니다. 쉽게 얻은 것은 별로 가치가 없더라고요. 뭐든지 배울 때는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례해서 결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선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비전공자나 경험이 없어도 기술직에 뛰어들 수 있을까요.

A. 사람들이 기술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처음부터 기술을 알았던 건 아니고 비전공자거나 기술직 경험이 없어도 스스로 공부해서 기술을 익힌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술자는 기술인과 기능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공자처럼 공학적으로 기술을 공부한 사람을 기술인이라고 하고, 해당 기술에 대해 기본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기능적으로 기술을 익힌 사람을 기능인이라고 합니다. 기술인은 연구직이나 개발직, 관리직에 많이 있는데 실제 현장 근무자들은 기능인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잘 모를 때는 무조건 고급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초급도 필요합니다. 실제 현장 근무자 80%는 초급 기술자, 나머지 20%가 고급 기술자입니다.

Q. 기술직은 은퇴나 정년에 대한 걱정이 덜한가요.

A. 협력업체들을 봤을 때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회사가 먼저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요즘은 기술자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나이가 많아도 기술만 있으면 계속 붙잡아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누가 일을 그만뒀다고 하면 다른 업체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실제로 60대 중반, 심지어 70세가 다 돼가는데도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어느 정도 기술과 경력이 있고 건강해야 하겠지요. 현재 제가 일하는 분야만 봤을 때 기술이 있고 건강하기만 하면 정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현역이고 나이도 40대 초반이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노후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 후에도 전기나 통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분야 기술을 가진 사람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Q. 5060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엔 너무 늦지 않을까요?

A. 기술직군 내에는 저 같은 관리자도 있고 공무라고 하는 공사 사무직, 안전관리자, 자재관리 담당자 등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은퇴하신 분들도 도전할 만합니다. 또 경험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0세 이후부터는 체력이나 정신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도 풍부하시고, 잘 아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경험이 있고 배경지식이 있는 분야에 도전하면 배우는 것도 빠르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Q. 중장년에게 추천하는 자격증이 있을까요.

A. 저는 전기기능사를 추천합니다. 제가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자격증도 전기 자격증입니다.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전기공사산업기사, 전기기능사 등 4개를 취득했습니다. 전기기능사는 남녀노소, 학력 제한 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습니다. 또 전기 자격증 중에 가장 난이도가 낮아서 취득이 수월합니다. 그런데도 전기공사업체, 아파트 관리사무소, 공장이나 큰 빌딩의 시설관리직 등 전기기능사를 필요로 하는 현장은 많습니다. 취득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활용처는 많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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