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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외교·안보 사령탑을 교체한 것은 기존 박진 외교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길을 열어주면서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새해 닥쳐올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도발 격화에 대비해 동맹 및 우방들과의 안보 협력을 한층 굳건히 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의 통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북·대미 외교 전문가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국정원장에 기용해 내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한미 동맹 및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정보력을 최대한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수장에는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조태열 주유엔 대사를 기용해 ‘요소수 부족 사태’ 등에서 드러난 공급망 불안 요인에 대한 대응력도 높였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9일 인사 발표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정원은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서 대한민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외 전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현장 외교관들의 외교전 못지 않게 정보기관의 정보전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 역시 “김규현 전 국정원장에 이어 이번에 다시 외교관 출신 조태용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대북 업무 중심이던 국정원을 미국 중심으로 (전환해) 한미일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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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내년 11월 대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대미 외교에서의 물밑 외교와 정보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2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할 경우 조 바이든 정부의 성과를 무너트리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연속성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고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인상하는 등 한미동맹 자산을 외교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올해만 일곱 차례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내년 하반기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안보실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조태용 후보자가 정보기관 및 외교안보 라인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열 후보자의 기용은 ‘경제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과 안보실 중심으로 북미 외교 변화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한다면 외교부는 갈수록 커지는 공급망 불안 용인 대응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에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의 조기 가동을 당부하며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분절은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요소수 등 우리 핵심 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품목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할당 관세 연장, 해상운송비 지원, 비축 활용 등 대응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산업과 민생의 필수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등 근본 해결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공급망 불안 대응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조태열 후보자 역시 지명 직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경제와 안보의 벽이 허물어지는 대격변의 시대에 장관으로 지명돼 중압감을 느낀다”며 “엄중한 대외 환경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발언이다.
국가안보실이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3차장실 신설을 검토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외교’를 담당하는 1차장과 ‘국방’을 담당하는 2차장에 더해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3차장실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경제안보 업무는 1차장 산하 ‘경제안보비서관’이 전담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번에 지명된 후보자들이 통과될 경우 외교안보 라인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조태용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와 국가안보실장을 맡은 인물인 데다 조태열 후보자의 경우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어서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을 외교·안보 기관 수장으로 임명해 국정 철학을 확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 두 차례 인사 파동을 겪은 만큼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는 조태용 실장을 통해 내홍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태용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을 거친 뒤 임명된다면 온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류 정보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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