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입장 없이 상황 예의주시…”宋, 탈당한 개인의 몸” 선 긋기
지도부 일각 “분명한 악재”…비명계 “지도부, 근본대책 내놓아야”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박경준 한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수습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더욱이 검찰이 최대 20명에 달하는 ‘돈 봉투 수수’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지도부는 앞으로의 수사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돈 봉투 수수’가 특정된 의원은 임종성·허종식 의원과 앞서 탈당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 등 3명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소속 의원들의 추가 줄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구속 소식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는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기소가 돼서 곧 재판에 들어갈 텐데, 사안들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과 관련해 의원총회 등 내부 논의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해당 의원들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당 차원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의혹만으로 의원들을 데려다가 어떻게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확인된다면 그때 지도부의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깊은 우려 속에 바라보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사건이 당 전반의 고질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송 전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일탈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어찌 됐건 당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율사 출신인 당 핵심 관계자도 “송 전 대표 구속으로 검찰은 날개를 단 것 아니겠냐”며 “소위 돈 봉투 수수 의원들이 내년 1월부터 줄줄이 소환될 게 분명한데 총선 모드에 들어가는 당으로선 속수무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는 당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비주류 4인방으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는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다며 도망 다니지 말고 관련 의원들을 불러서 사실 여부를 솔직하게 들어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일찍이 솔직하게 국민에게 밝힐 것은 밝히고 ‘용서해 달라,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하고 끊고 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직 대표가 돈 문제로 구속됐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무슨 개인 사업도 아니고 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것 아니냐”며 “현직 당 대표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원칙과 상식’ 소속인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돈 봉투를 수수했다고 여겨지는 20명 정도의 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곧장 이어진다면 이는 총선 공천 문제와 직결된다”며 “아마 여권은 이 소환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 ‘김건희 특검법’ 정국을 물타기 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당내 강경파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의 구속 역시 검찰의 야당 탄압에 따른 결과라며 검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명(친이재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구속까지 할 사안인가”라며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겠지만 사건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 정권의 검찰 공화국이 아니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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