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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과시한 김정은… 핵실험까지 강행할까[양낙규의 Defenc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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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이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이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도 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19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 발사 사진을 공개하면서 기동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18형을 실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은 새로 만들어진 듯 깔끔한 터널을 빠져나와 도로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TEL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논밭에 인접한 도로에 멈춰 섰는데, 이곳은 평양 중심부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남서쪽으로 약 16㎞ 떨어진 곳으로 파악됐다. 터널과 이어지는 도로는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으나, 미사일을 발사한 장소 근처는 도로 곳곳이 얼어 있고, 상태가 고르지 않아 보였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을 공개한 데에는 올해 4월 처음 공개한 신형 ICBM의 기동력을 내세우고픈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화성-18형 발사는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7월 2차 발사 때는 대동강변에서 쏘아 올렸다. 장소를 달리하고 터널 안에 은폐해 있다가 불시에 밖으로 나와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한미의 킬체인(발사 전 선제타격)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평가다.

북한이 화성-18형을 마지막으로 시험 발사한 다섯 달 전과 비교하면 최대 정점 고도, 비행 거리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북한이 화성-18형는 ‘발사훈련’이 아닌 ‘시험 발사’로 평가한다. 다만 지난 4월, 7월 이뤄진 1, 2차 발사 때는 미사일 발사 후 발사관 덮개가 분리돼 땅에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발사대에 고정돼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화성-18형 최종 개발 미흡… 시험 발사 가능성

▲북, 내년 미 대선 앞두고 도발 가능성= 김 위원장은 화성-18형 발사훈련을 참관한 뒤 “워싱턴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돼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 뚜렷이 보여준 계기”라고 말했다.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화성-18형으로 유사시 핵 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발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으로선 트럼프가 재선될시 진행될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최대한 핵능력을 끌어올리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화성-18형’의 정상 각도 시험발사를 통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증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전역을 기습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 트럼프를 핵 군축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13일 개최된 ‘KIDA 북한군사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은 내년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유불리를 고려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내놓은 ‘2024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북한은 내년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렇게 내다봤다. 이어 북한이 내년 4월 한국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들의 당선과 한국 정부의 약화를 노리고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본토 겨냥한 도발 카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참관하면서 미국 본토에 대해 노골적인 핵 공격 위협을 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김정은이 더 공세적인 행동으로 미국 등에 맞대응하라고 지시한 만큼 북한의 무력시위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북한이 연말에 이처럼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국방 분야 핵심 과업 완수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부각하면서 체제 결속을 노리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년에도 대형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다음 카드로 SLBM이나 IRBM을 꺼내 들 수 있다.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완성에 매달려온 북한은 지난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을 진수했고, 정찰위성 성공적 발사에 이어 11월엔 신형 IRBM에 사용할 고체연료 엔진 시험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SLBM·IRBM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도 가능성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이후엔 7차 핵실험을 할수도 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은 대포동 2호 발사 3개월 만인 2006년 10월 9월 이뤄졌다. 2009년 5월 25일 단행된 2차 핵실험은 광명성 2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2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한 달 뒤에 감행됐다. 3차 핵실험은 2012년 12월 광명성 3-2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기 발사 후 2개월 만인 2013년 2월 12일 시행됐다. 가장 최근 핵실험인 6차 핵실험은 2017년 7월 대�M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 2달 만인 9월 3일 감행됐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앞서 공개한 전술핵 화산-31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크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에도 핵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병기화’ 관련 현지지도 장면을 공개하며 화산-31과 화산-31 탑재 미사일들을 대거 공개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핵실험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 결심에 의한 사안으로 보면 된다”며 “2024년이 되면 김정은 결심에 따라 언제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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